소방수에서 우승 청부사로 변신 나서는 수원 삼성 레전드
“수원 삼성이 이전보다 더욱 단단하고 활력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승권 도전을 넘어서 명가재건도 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건하 수원삼성 감독(50)은 6일 경남 거제에서 열린 전지훈련에서 지난 시즌 팀의 반등 요인과 올 시즌 목표를 말하며 우승 욕심을 내비쳤다.
박 감독은 지난해 9월8일 이임생 전(前) 감독과 주승진 감독대행의 뒤를 이어 수원 감독에 취임했다. 당시 수원은 K리그1(1부리그) 11위로 내려앉은 상황이라 강등 위기에 처해 있어 박 감독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이에 그는 팀의 기대에 부응하듯 잔여 일정에서 4승2무2패를 거두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탈출시켰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어린 선수들을 기용할 수 밖에 없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8강에 올라 올 시즌 팬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박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팀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당초 그는 4백 수비를 선호했지만 자신의 전술에 선수를 끼워맞추기보다는 선수들이 잘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해 기존의 3백 수비를 유지했다. 다만 박 감독의 3-5-2 포메이션은 전임 감독들의 3-5-2와 비교해 압박 강도와 공격 전개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여기에 선수들의 활동량까지 더해져 이전과는 달라진 수원 축구를 선보인다. 이전에도 활동량과 압박 강도는 높았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후반들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해 축구를 복잡하게 하지 말 걸 촉구했다. 이에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 간 소통도 늘어나 박 감독의 지시사항 이상으로 플레이가 원활해졌다.
박 감독은 “부임 후 전술적인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움직임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거듭 설명했다”라며 “공을 잡으면 빠르고 공격적으로 전방에 배급하고 공을 뺏긴 직후에는 바로 압박에 들어가라고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선수들이 자신감이 떨어져보이길래 동기부여를 심어줬다”라며 “올 시즌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가 없는만큼 조직력과 약속된 플레이 전개에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말했다.
세부적인 전술 운용안은 여전히 3-5-2를 시도하되 3-1-4-2, 3-2-3-2 등 기존 3-5-2에서 변칙적인 선수배치를 가미한다. 아울러 지난해 ACL과 달리 올해는 제리치(29), 니콜라오(30) 등 새 외인들은 물론 미드필더 안토니스, 오는 3월 복귀 예정인 센터백 헨리(이상 27)까지 가세를 앞두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박 감독은 “지난해 ACL은 외국인 선수는 물론 부상 이탈한 한석희(26), 지도자 자격증 연수 문제로 염기훈(38)까지 불참해 고육지책으로 김민우(31), 고승범(27) 등 공격수가 아닌 선수들까지 전방배치했다”라며 “제리치의 경우 기존에 팀에 없던 유형의 선수인데다 헤딩, 슈팅, 문전 앞 움직임 모두 만족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니콜라오도 공격수 뿐만 아니라 측면 자원과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공격수로 기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보강이 힘든만큼 3백 수비라인도 조합찾기에 나섰다. 베테랑 양상민(38)과 조성진(31)이 부상 복귀를 앞둔 가운데 부주장 민상기(30) 외에 장호익(28)의 적극적인 기용을 천명했다. 당초 풀백 출신인데다 3백의 오른쪽 센터백으로 기용했을때 기동력과 대인 방어 모두 만족스러웠다는 의견이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될 정도로 뛰어난 공격수였지만 선수생활 말년 4~5년간 센터백으로도 맹활약한 바 있다. 이에 선수들에게 전술적 조언을 할 때도 현역시절 공격수와 수비수로 모두 뛴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의 시선에 맞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1차 전지훈련에 이어 지금 2차 전지훈련 양상도 괜찮은 편”이라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고무적인만큼 올 한해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시즌 준비를 착실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거제=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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