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경마산업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주경마장 경주장면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본 공기업이다. 경마 중단과 무고객 경마를 반복하면서 매출은 1조1천억원을 밑돌았다. 지난 2019년 매출 대비 6조3천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매년 1조5천억원씩 내던 국세와 지방세 등도 1조원 이상 줄었고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했을 때 가축방역사업 등에 사용되는 축산발전기금은 한푼도 내지 못했다.

장기간 경마가 중단되면서 경마상금이 주 소득인 기수와 조교사 등 경주마 관계자 1천100여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경마중단기간이 길어지면서 경마산업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 코로나시대 온라인 마권발매 대안으로 부상

이 같은 현실에서 온라인 마권발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대면·디지털로 경제와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복권 등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온라인 경마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사위기에 빠진 경마산업과 관련 축산농가를 살리기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마련된 것이다. 민주당 김승남·윤재갑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정운천·이만희 국회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경마장 안팎 제한된 공간에서만 허용된 마권판매를 온라인을 통해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올해 임시회에 재상정될 계획이다.

현재 100개국이 넘는 경마 시행국에서 온라인 마권을 시행 중이다. 발매를 허용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언택트(비대면) 경마를 시행해 국내 축산경마산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2021년 새벽조교중인 경주마 관계자들
2021년 새벽조교중인 경주마 관계자들

■ 무관중 경마ㆍ부분 경마 등으로 베팅규모 증가

영국 로열 애스콧은 코로나19가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해 6월16일부터 닷새 동안 온라인 발매에 기반을 둔 무관중 경마를 진행했다. 로열 애스콧 경마는 전파를 타고 120여 개국에 중계됐고, 전년 대비 50% 증가한 베팅규모를 기록했다.

일본은 관중이 없는 경마를 시행하면서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 경마팬들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마권을 살 수 있다. 일본 경마중앙회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1조4천753억엔(한화 16조3천9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홍콩도 ‘비대면’ 발매로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 광풍에도 2019~2020시즌은 역대 3번째 매출을 기록했다. 홍콩자키클럽은 ‘세금 ATM’이라는 별칭답게 121억 홍콩달러(한화 1조8천503억원)를 조세로 내며 지난해도 홍콩 경제를 이끌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홍콩은 지점(장외발매소)을 폐쇄하면서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온라인 발매로 직전 시즌 대비 매출 감소는 2.6%에 머물렀다.

온라인에 기반을 두되 부분적으로 관중을 입장시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는 곳도 있다. 미국 뉴저지주 몬머스 경마장은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7월부터 2천명 입장을 허용했다. 일리노이주 알링턴 경마장도 수용인원의 1%인 300명을 입장시켜 코로나19 위기에 대비했다.

■ 합법적인 온라인 경마로 불법 사설 경마 감소

합법적인 온라인 경마를 시행할 경우 불법 사설 경마가 줄어드는 사례도 나타났다.

영국 도박사업 컨설팅업체인 GBGC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온라인 베팅을 도입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이후 불법 도박시장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지난 2010년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프랑스는 지난 2012년 합법시장 규모가 5억1천600만달러로 2년 전(3억2천700만달러)보다 증가한 반면 불법 시장은 같은 기간 1억7천600만달러에서 1억4천100만달러로 축소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영국의 경우 합법시장 규모는 지난 2004년 3억3천300만달러에서 지난 2014년 10억5천700만달러로 크게 늘었지만, 불법 사설 경마시장은 같은 기간 1천500만달러에서 1천900만달러로 증가 폭이 미미하다. 사행산업을 제도권에 둘 경우 상대적으로 불법 사설 경마시장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단신1 한국마사회 재활승마활동
한국마사회 재활승마활동

■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비대면 경마상품 수출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코로나19에서도 비대면·글로벌로 전략을 짜고 경마 중단 동안의 부진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했다. 한국마사회는 경주실황과 경마시스템 등과 같은 비대면 경마상품 해외수출에 집중했다. 경주수출은 경마가 시행되기만 한다면 재생산해 온라인 발매가 가능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한국마사회는 무고객 경마기간에도 8개국에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한 매출을 올렸다. 우리 경주를 해외에 선보인다는 건 우수한 경주마들과 경마 인력들을 선보이는 것과 같다. 해외로의 경마 자원판로가 확대되면 경주마 생산부터 인적자원 육성까지 자원의 양과 질이 향상된다. 온라인 수출을 통해 경색된 오프라인 시장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경주실황 이외에 새로운 수출상품도 발굴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11월 카자흐스탄과 최초로 200만달러 규모의 경마 발매시스템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종전 대표적인 경마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의 경마시스템이 시장에서 선호됐지만, 한국마사회는 ICT를 기반으로 한 조직적인 한국경마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 처음으로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카자흐스탄 외에도 베트남, 필리핀, 홍콩 등지에 ICT를 강점으로 하는 한국 경마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 경마가 재개돼야 경마시스템 수출도 가능

올해 한국경마 사정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고객 입장은 요원하다. 이대로는 무고객경마 시행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마사회가 돌파구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수출도 경마시행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 추세이자 디지털 강국으로서의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는 비대면 언택트 발매방식을 언급하면서 한국마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온라인 발매방식 도입을 위한 법적ㆍ기술적 환경을 조성하고 한편으로는 온라인 상의 불법 경마 단속을 강화해 불법 도박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올해 한국마사회의 주요한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 여파로 텅빈 주말 서울경마공원 풍경 (경주로, 고객관람대)
코로나 여파로 텅빈 주말 서울경마공원 풍경 (경주로, 고객관람대)

과천=김형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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