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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순 칼럼] 먹거리 그냥드림을 환영하며
오피니언 오현순 칼럼

[오현순 칼럼] 먹거리 그냥드림을 환영하며

경기도는 긴급 생계 위기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격 조건 없이 먹거리를 가져갈 수 있는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설치했다.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 내려놓고 주저 말고 찾아와 달라”고 했다. 절박한 이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신원확인과 재산조사 등의 진입장벽도 없앴다. 약간의 악용 부작용이 있더라도 예산 부족도 지자체장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먹거리 그냥드림을 두고 무책임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그냥드림 정책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의 경제사회구조에서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가 담겨 있다. 소홀히 다뤘던 복지정책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성찰을 주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간 우리 사회는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따지거나 일부의 악용사례 혹은 재정부족을 핑계로 주저하곤 했다. 포괄적 복지서비스의 점진적 확대를 위한 사회적 합의보다는 퍼주기식 포퓰리즘이라고 무차별적으로 비판하기 일쑤였고 개인에게 떠넘기는 가족부양 방식의 복지정책을 고집해왔다. 그 결과 생활고로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 숨진 지 반년 만에 발견된 ‘방배동 모자(母子)의 비극’ 등 고질적인 복지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국민적 공분이 일어났고 동정여론은 들끓었다. 사건에 여론이 집중될 때마다 희생자의 이름을 딴 ‘네이밍 법안’들이 땜질식으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들면 재정고갈과 악용사례 등을 이유로 일부 언론이 주도하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래전 학교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뇌리에 짙게 남아 있다. 한 동료가 교수에게 수혜대상자가 아님에도 부정으로 수급한 사례를 문제 제기하며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교수는 부정수급으로 인한 낭비는 부차적인 문제이며 그 제도로 인한 취약계층의 혜택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절박한 이들의 존엄과 인간에 대한 이해는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잊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메시지였다.

2014년 송파 세 모녀는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식당일을 하던 어머니마저 넘어져 식당일을 하지 못해 생활고와 실의에 빠졌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조차 타인에게 폐가 될까 봐 50만원의 밀린 집세와 가스비가 담긴 돈 봉투, 그리고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쓴 유서를 남겼다.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은 코로나19 위기에 빠진 오늘도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국민소득 3만불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의 나라를 의미하는 305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 규모는 캐나다보다 조금 앞선 세계 10위이다. 더 이상 재정 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로부터 수혜를 받는 것에 미안해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게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현순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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