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코로나19로 6조5천억원 증발…말산업 위기를 기회로

무고객 경마 출발장면

한국마사회가 지난 2월23일 이후 10여개월 동안 경마를 중단한 채 홍역을 치렀다. 이로 인해 한국마사회 매출을 포함한 말산업 전체 피해액은 6조5천억원에 이를 예정이다. 한국마사회는 그러나 큰 위기에 맞서 경마공동체 상생을 위한 제도기반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우여곡절을 겪은 경마산업의 한해를 되짚어 본다.

■ 경마공동체 상생과 협력 강화

한국마사회는 경주마관계자들의 소득과 활동에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했다. 기승료 비중을 높이는 등 경마상금구조를 개선하고 일부 인기 기수에게 출전기회가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승횟수 상한제도’를 신설했다. 상금 편중현상을 완화해 경주마 관계자들의 안정적 소득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는 1년여 동안 시행되며 경주마 관계자들의 소득양분화현상을 완화했다. 현재 수득액 최하위 기수도 충실한 조교훈련과 월 8회의 기승횟수를 충족할 경우, 조교료와 기승료를 포함해 월평균 소득 최소 350만원 이상 보장되는 구조다.

■ 코로나 위기 경마관계자 생활안정대책 마련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되면 경주마 관계자들은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3월 이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긴급자금 20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했다.

그러나 단순 긴급 자금으로는 경주마 관계자들의 경영난이 해결되지 않는다. 2월말부터 계속된 경마중단, 6월에 이르자 경주마 관계자들은 소득절벽에 몰렸다. 한국마사회 역시 고객 입장 중단으로 당시 2조원 매출 손실을 눈앞에 뒀으나 말산업 기반이 있어야 앞으로의 경마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마상금 투입을 통한 말산업 정상화를 위해 지난 6월18일부터 ‘무고객 경마’를 단행했다. 현행법상 온라인 마권 발매가 불가능해 기대 수입이 전무한 상황에서 말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고육지책이었다. ‘무고객 경마’를 포함해 연말까지 1천600억원에 달하는 경마상금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지난 2월23일 이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하며 수천억 원대 적자가 예상되지만,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유지와 경주마 관계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연초 예정했던 상금 집행액의 70%가량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 국산 경주마시장 선순환 체계 강화

한국마사회는 올해 경주마시장의 선순환구조 구축을 통한 산업기반 강화에 주력했다. 경주마 역시 경마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참여 주체라는 인식에 따라 시장 침체로 피해받는 국산마를 최소화하고 경주퇴역마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우선 국산 어린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산 경주마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산마 우대 경마제도를 내년에 한정해 시행한다. 수입 경주마들의 경마장 입사를 제한하고 올해 판매되지 못한 국산 2세마의 입사기한을 연장한다. 동시에 국산마·경매마 한정 경주를 확대 편성, 국산마 투자수요를 견인한다. 국산마 수요 증진책에 힘입어 지난 9~10월 10%를 밑돌던 국산마 경매 낙찰률은 지난달 경매에서 29%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마사회는 경주마 활약을 마친 퇴역마들을 위한 활로를 확대했다. 경주마 관리와 처분에 대한 권한은 소유자인 마주에게 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는 국내 유일의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서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위해 경주퇴역마 관리체계 개선계획을 세웠다. 용도나 소재지가 불분명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주퇴역마를 대상으로 승용조련 등 기타 용도로 전환해 ‘제2의 마생’을 도왔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경주마 관계자와 한국마사회가 힘을 합쳐 경주퇴역마 복지기금도 조성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했으며, 점진적으로 기금을 늘려 연간 300두 이상의 경주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김낙순 회장은 “말산업에는 더욱 혹독했던 2020년이었다. 그렇지만, 위기에 맞서 경마 공동체들이 지혜를 더해 슬기롭게 해쳐갈 수 있는 계기였다. 내년 재도약을 위해 산업과 제도 기반을 다진 한해였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과천=김형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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