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환경이 악화하자 술을 마시며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음주로 해결할 경우 문제 음주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청년 취업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2.2%, 경제활동 참가율은 47.0%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4% 하락했다. 취업난이 이어지자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이들까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취업했어도 휴직과 실업에 내몰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휴직 중이던 20대 여성 승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강제 휴직이 이어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많은 청년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힘든 상황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거나 도피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이는 자칫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자 술을 마시는 청년이 늘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시행한 코로나19 대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서 음주 횟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0.9%에서 8%로 8.8배가 많아졌다. ‘거의 매일 폭음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0.53%에서 2.19%로 증가했다.
허 원장은 “음주량 증가는 정신건강 악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코로나19에 청년층 음주가 급증했다는 건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음주경험이 계속 반복되면 뇌가 착각을 일으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이 생각나게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시상하부ㆍ뇌하수체ㆍ부신피질 축을 교란시켜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
부정적인 감정을 술로 해결하려다 오히려 여러 사건ㆍ사고에 노출될 수도 있다. 지난 7월 부산의 한 PC방에서 만취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손님과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 여성은 고교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해 사회에 불만을 느끼고 한달여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성태 원장은 “긴 시간 음주를 지속하면 알코올이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쉽다”며 “술을 마실수록 찾아오는 더 큰 우울감에 더 많은 술을 원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맨 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시겠지만 음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 술이 아닌 건강한 방법을 찾아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평소에 정신건강 관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의왕=임진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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