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가 다음 세대를 생각할 때 정상배들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알베르트 센트죄르지의 말이다. 정치인들의 정도(正道)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가와 정상배를 나누는 기준은 명분이다. 정치인들이 명분을 잃으면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요즘 지역 최대 현안은 정부청사 유휴지개발과 3기 신도시개발사업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청사 유휴지 개발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내지만, 3기 신도시 개발사업을 놓고는 갈등과 대립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특히 도시공사의 3기 신도시 개발사업 참여를 위해선 시의회가 타당성 용역면제와 신규사업 동의안 등을 승인해줘야한다. 동의안은 2번이나 부결됐다. 시는 도시공사가 공사채를 발행하려면 이달 내 승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시의원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행부와 시의원들은 동의안이 제출되기 전이나, 1~2차 부결 이후에도 끝장 토론이나 마라톤회의를 열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소통을 강조하는 정치인조차 쌍방소통을 못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적 사고에 갇혀 있는 듯하다. 집행부와 시의회 갈등이 지속되면서 2024년 시장선거를 지금부터 치르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논리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시는 3차 동의안 제출 전 시의회와 충분한 토론과 교감을 가져야 하고, 시의회도 도시공사가 3기 신도시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개발사업 단계별로 효율성을 꼼꼼히 따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은 한발 더 전진하기 위한 탐색전으로 이해하지만, 똑같은 갈등이 지속되면 명분을 잃는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줄다리기가 팽팽할 때는 먼저 손을 놓는 사람이 이긴다. 경기에선 졌지만, 잡고 있던 줄을 놓으면 상대가 넘어져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속담을 되새겨 볼 때다.
과천=김형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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