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의 기록이다.
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는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올해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선정했다.
외국어영화 부문에는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를 비롯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프랑스), '더 페어웰'(중국계·미국), '레미제라블'(프랑스) 등 쟁쟁한 작품들이 후보에 올라 '기생충'과 경합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놀라운 일이다. 믿을 수 없다. 나는 외국어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통역이 여기 함께 있다. 이해 부탁드린다.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멋진 세계 영화 감독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어서 그 자체가 이미 영광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라고 소감을 전했다.
'기생충'은 이날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안타깝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감독상은 영화 '1917'의 샘 멘데스가,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받았다.
골든글로브에서 인정받은만큼 내달 9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도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생충'은 현재 아카데미 예비후보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주제가상 두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다만, 오는 13일(현지시간) 최종 후보작 발표에서 '기생충'의 후보 부문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외신에서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등의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아카데미의 경우 골든글로브와 달리 작품상 부문에서 영화 대사가 전체 50%를 넘어야 한다는 언어 규정이 없어 더욱 유력하다.
한 외신은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따낼 첫 외국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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