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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거북선, 해외 군선을 만나다] 16세기 英 군함 인양·전시… 세계적 애향관광 명소로 떠올라
지역사회 임진강 거북선, 해외 군선을 만나다

[임진강 거북선, 해외 군선을 만나다] 16세기 英 군함 인양·전시… 세계적 애향관광 명소로 떠올라

세계 최초 철갑군선 임진강거북선의 남북평화관광사업위한 해외 옛 군선과의 만남

외관이 우주선 같은 모습의 메리로즈호 박물관 전경.
외관이 우주선 같은 모습의 메리로즈호 박물관 전경.

 

세계 최초 철갑군선이었던 거북선 원조는 1413년 2월 파주 임진강에 처음 등장했던 ‘임진강 거북선’이다. 1592년 임진왜란 때 각종 해전에서 왜군을 섬멸한 이순신 장군 거북선보다 180여 년이나 앞섰다. 임진강 거북선은 조선 최초 거북선으로 역사적 비중이 만만치 않았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파주시는 잊혔던 임진강 거북선 역사를 건져 올려 거북선 훈련장과 함께 606년 만에 복원에 나섰다. 임진강 거북선을 역사에 기초한 한반도 문화유산으로서 임진강을 공유한 북한과 협력해 공동으로 복원, 남북평화관광의 글로벌상품으로 세계에 내 놓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본보는 바이킹 배 등 옛 군선들을 복원해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영국, 스웨덴 등 북서유럽을 찾아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임진강 거북선의 나갈 방향을 5차례에 걸쳐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1편> 조선최초 임진강거북선, 영국 최고 군선 메리로즈호와 만났다.

지난달 30일 오후 영국런던에서 100여km 떨어져 있는 남부 해안도시 포츠머스시 히스토릭 독야드(Historic Dockyard)정문에는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유치원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인근에 있는 유치원생들은 역사교사인솔로 교과과정에 있는 옛 군산체험 위해 메리로즈호박물관을 견학하러 왔다. 히스토릭독야드 방문자센터 관계자는 “박물관에서는 교육 당국과 협업으로 유치원생은 물론 초중고대학생까지 자연스럽게 과학을 접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군선박물관으로 세계적 관광지가 된 인구 20만명 규모의 포츠머스시 히스토릭 독야드는 1194년 해양 제패를 노리던 국왕 리처드 1세가 만든 해군기지이자,1495년 세계 최초로 왕립조선소가 설립됐다. 이어 1711년 포츠머스 역사조선소가 건립되는 등 19세기까지 영국 최정예 전함을 건조한 해양제국 영국의 핵심지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군함 보수 및 유지만 하는 낡은 군항이었지만 16세기 타임캡슐 메리로즈호를 인양해 전시한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해양문화자본으로서 위력을 발휘, 도시 전체에 재생의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 헨리 8세, 메리로즈호 침몰지켜보는 해양화
▲ 헨리 8세, 메리로즈호 침몰지켜보는 해양화

■ 메리로즈호 침몰 437년만에 인양 복원, 16세기 투더왕조 콜렉션 출토

이날 방문한 메리로즈호 박물관은 외형이 곡선의 미를 잘 살린 날렵한 우주선 같은 모습이었다. 인양된 메리로즈호 선체를 독(Dock)안에 가둬 두고 그 위에 지은 박물관 외벽은 박물관건립 과정에 기부한 시민, 단체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메리로즈호박물관측에 따르면 메리로즈호는 길이 45m 폭 12m, 670t 규모로 500명 이상 탑승이 가능했던 군선이었다. 영국역사상 최고 왕으로 평가받는 헨리8세 지시로 포츠머스시 왕립조선소에서 1511년 건조된 영국 최초 함포를 갖춘 기함(장군함)이었다. 그러나 30년 동안 활약하다가 1545년 프랑스전쟁 때 포츠머스시 연안 솔렌트 해협에서 침몰했다. 해양화에는 헨리 8세가 자신의 성(城)에서 참혹한 침몰을 지켜본 것을 그렸다. 헨리8세 여동생 메리와 당시 투더왕조 왕실상징문양인 장미를 합쳐 메리로즈호라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35명만이 생존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침몰 420년 뒤인 1965년 메리로즈호가 발견,1979년 첫 인양을 시작으로 1982년 10월 11일 메리로즈호 선체(좌현뼈대)가 포츠머스시 항구로 옮겨졌다. 침몰 437년만이다. 메리로즈호박물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힐드레드 씨는 “투더왕조 기함이었던 메리로즈호와 함께 발굴된 청동제 대포, 총기류, 화살 등 무기류와 투더 콜렉션으로 불리는 선원들의 놀이기구, 의복, 항해기구, 의료기기, 요리기구 등 16세기 수중문화재 1만9천점이 대량 출토됐다”고 설명했다.

 

메리로즈호 인양당시 함께 출토된 16세기 청동제 대포.
메리로즈호 인양당시 함께 출토된 16세기 청동제 대포.

■ 기업, 시민 등 참여로 유지되는 메리로즈호 박물관

메리로즈호와 각종 유물을 보관하기 위해 박물관이 필요했다. 당시 복권기금 등으로 확보된 총 500억원 정도가 선박복원과 유물보존 비용으로 투입됐다. 인양 당시는 정부 부담이었지만 선체보존작업과정은 기업, 시민들 몫이었다. BP 등 영국 대기업들이 2007년부터 박물관펀드에 꾸준히 가입하면서 실제적으로 박물관을 공동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박물관측도 메리로즈호와 유물들이 안양부터 보존, 복원되는 전 과정을 공개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해 내고 있다.

35년 보존과정을 거쳐 2013년 5월 공식 개관한 메리로즈호박물관은 상부갑판, 주갑판, 하부갑판 등 총 3층 구조다. 메리로즈호가 유리 칸막이로 분리돼 전시된 가운데 각 층마다 배의 해당 층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주 갑판인 2층은 당시 선원들의 일상생활모습을 현역 배우들이 연기한 영상을 66개 프로젝터로 쏴주며 상황묘사까지 한다. 바닷쪽 전망이 좋은 박물관 앞부분은 연회장과 레스토랑 등으로 활용된다. 다양한 체험코너도 만들어져 있다. 당시 적섬멸에 사용됐던 대포 체험, 돛로프 들어보기, 선상 요리도 직접 시연할 수 있다. 무기전문가들이 참여해 포, 화살 등 시연도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시설로 액션스테이션을 별도 건물로 만들어 선상생활 모습을 현장학습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인양된 메리로즈호 선체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인양된 메리로즈호 선체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 유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낡은 군항도시 도시재생

메리로즈호박물관은 유물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창출에 적극적이다. 방문자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물이 보유한 역사, 과학, 수학, 의학, 고고학적 가치 제공은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워크숍을 실시하며 메리로즈호유물의 가치를 교육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함께 유물 등을 스캔하고 목록화하는 등 기록화 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유물의 오염물질 감소 등을 연구하는 응용보존과학분야에 관련 대학 간 산학 협력도 병행 실시하며 관련 과학자를 양성해 내고 있다. 박물관옆에는 16~17세기 각종 군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를 만들어 고선박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 군선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영화,오페라 등에 메리로즈호를 적극 알리며 영국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런 16세기 투더왕조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메리로즈호박물관 측은 “1983년 인양순간부터 지난해까지 전세계적으로 1천만명 넘게 메리로즈호박물관을 찾았다”면서 “이들이 쓰고 간 비용이 수천억원이 넘는다. 포츠머스시 도심 재생에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포츠머스시= 김요섭기자

 

[인터뷰] 메리로즈호 박물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힐드레드

메리로즈호 박물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힐드레드
메리로즈호 박물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힐드레드

“100% 만족시키는 복원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시 기록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면 됩니다”

영국 서남부 해안도시인 포츠머츠시 히스토릭독야드내 메리로즈호 박물관을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성장시킨 메리로즈호 박물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힐드레드씨(사진)는 지난달 30일 “조선최초 임진강 거북선 복원을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알렉산드라씨는 437년만인 1983년 10월 16세기 영국이 함포를 갖춘 최초 전함인 메리로즈호를 인양하면서 탈염 작업등 오랜 보전을 거쳐 2013년 5월 박물관개관까지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했던 고고학 전문가다.

그는 “아쉽게도 메리로즈호는 선체 전부가 아닌 좌현 뼈대 일부만 바다에서 건졌다. 설계도가 없었지만 당시 해양화, 기록을 추정해 복원했다”고 소개하고 “복제선을 만들어 복원이 제대로 됐는지 실증적으로 검증해 오늘날 세계인들이 찾아 오는 박물관이 됐다”고 소개했다.

기록만 있는 임진강 거북선 복원과 관련, 알렉산드라씨는 “ 기록을 토대로 당시 시대에 존재했던 배 크기와 승선 인원, 나무 재료, 함포탐지 여부, 당시 훈련시간 등을 추정하면 될 것이다”면서 “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제대로 복원과정을 거쳤는지 그 수준을 확인하면 된다. 설계도 유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역사성은 무시하면 안된다”면서 “메리로즈호처럼 16세기 투더왕조의 생활상을 알려 주는 역사적인 가치가 임진강 거북선에서도 존재하는지 여부가 복원에 절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알렉산드라 힐드레드씨는 “임진강 거북선 복원 후 활용 계획을 미리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메리로즈호박물관 뿐아니라 다른 복원사례를 참조해 그 가치를 더욱 높히는 연구등 아이디어가 생산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국 포츠머스시= 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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