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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칼럼] 문맹률과 문해력
오피니언 전미옥 칼럼

[전미옥 칼럼] 문맹률과 문해력

명문(名文)은 그 글을 쓴 시대를 건너와 오늘날에도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엔 지금 한층 가슴 뻐근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김구 선생의 소원대로 우리 문화의 힘이 지금처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사로잡은 때는 일찍이 없었다. 한국어는 전 세계인들에게 오늘날 가장 배우고 싶은 언어로 부상했고, 한국어와 한국학 강좌를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빠르게 개설하고 있다. 463년 전통의 영국 에든버러 대학은 내년부터 한국학을 개설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능력시험 토픽(TOPIK)은 1997년에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4개국에서 시작했으나 현재 이 시험은 71개국에서 치러지며, 20년 만에 108배가 늘었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세계 문해의 날’을 맞아,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시상하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알제리 국립 성인문해교육청과 세네갈 방직개발회사에게 안겼다.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은 한글이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글자이기 때문에 문맹을 없애는 최고의 글자임을 국제기구가 공인한 것이다. 전 세계 3천 개의 언어 중 문자를 사용하는 국가는 겨우 80개국이다. 유엔은 나머지 문자가 없는 국가들에 한글을 지정하여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글은 한류와 더불어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가 되었다. 우수하지만 배우기 쉬운 원리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아주 낮다는 건 잘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읽고 쓰는 일엔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이와 반대로 문해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하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문맹률은 문자 해독이 안 되는 사람의 비율이며, 문해율은 글자만 아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문맹률은 낮을수록 좋지만, 문해율은 높을수록 좋다. 문서 독해 능력을 비교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100명 중 10명인 432만 명은 실질 문맹 상태라고 한다.

우린 방송에서 우리보다도 어휘력이 뛰어난 외국인들의 말하기에 놀란다. 속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쓰는 건 물론이고 한국인만이 알 수 있는 메타포가 있는 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여러 나라 외국인들이 나와 이야기하는 토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미국인이지만 웬만한 한국인 뺨치는 고급 어휘를 구사한다. 웬만한 책은 다 읽고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관광객이든 유학생이든 정말 많은 외국인이 들어와 있고 빠르게 한국어 구사 능력을 높이고 있다. 나라 안팎에 한국학에 깊이 심취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다가 외국인에게 우리 말뜻을 물어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문해력은 성인에게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능력이다. 글을 읽고 쓰는 기초 능력과 글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학습의 이해력이 높아지는데,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보다 월등히 문해력이 높은 것이 아니라고 점은 강단에서 여실히 느낀다. 실제 책읽기와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다. 어릴 때부터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인터넷 글이나 미디어 중심의 정보 습득을 위한 ‘읽기’만이 전부인 일상이 계속된다면 이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학교도 개인도 좀 더 진지하게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내든 실외든 어디 앉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하루 30분 책 읽는 시간을 조금 더 내야겠다. 스마트폰은 잠시 잠재우고.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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