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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관 칼럼] 굶어 죽은 ‘대한민국 국민’
오피니언 이범관 칼럼

[이범관 칼럼] 굶어 죽은 ‘대한민국 국민’

- 그들은 평소 ‘탈북민’이라고 불리웠다 -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탈북민’인 어머니(42)와 아들(6)이 굶어 죽은 지 두 달 만에 발견되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 안하는 청년들에게도 청년수당으로 월 50만원의 공짜돈을 지급하는 등 복지 포퓰리즘을 걱정할 정도로 정부가 각종 복지제도를 쏟아내고 있는 판에 한쪽에서는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었으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기초생활 보장 제도. 긴급 복지지원 제도 등 정부가 자랑하는 사회안전망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더욱이 그것도 북한정권의 압제를 피해 나온 ‘탈북민’이다 보니 남북분단의 비참한 현실속에서 우리민족의 아픈 상처와 비극을 보는 것 같아 그 슬픔을 억제할 수 없다.

‘탈북민’은 북한의 독재억압정치와 가난한 삶을 도피하기 위해 자유를 찾아 배고픔을 피해 온 갓 어려운 고난을 겪고 우리나라를 찾아온 우리 동포다. 굶어 죽은 ‘탈북민’ 모자는 죽기 두 달 전 예금통장에 남아있는 돈 3,858원을 인출한 것이 마지막이고, 발견당시 냉장고에는 고추가루만 조금 있을 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정부의 관리 소홀과 우리사회의 무관심이 부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 조사(2018년)에 따르면 주된 탈북 동기는 ‘북한체제의 감시와 통제가 싫어서(25.3%)’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식량이 부족해서(22.5%)’이다. 

‘탈북민’의 실태는 매우 처참한 현실이다. ‘탈북민’은 현재 34,000명정도가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그들의 40.3%가 가구소득 2,000만원 미만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태에 있다(남북 하나재단 자료). 그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12주간 심리안정, 우리사회 이해증진, 진로지도상담, 기초직업훈련 등의 지원을 받지만 우리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 단절된 기간이 너무 길고 문화의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탈북민’에 대한 차별적 대우도 심하여 우리사회의 적응을 더 어렵게 한다. ‘탈북민’들이 남한생활에 불만족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북한이탈 주민에 대한 남한사회의 차별과 편견 때문(18.3%)’임을 꼽고 있다.

‘탈북민’의 대다수(7~80%)는 여성이고 국내에 들어오는 과정을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대부분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데 중국 브로커에 잡혀 인신매매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고 1인당 1,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브로커 비용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여성들의 나이는 15~25세가 가장 많고 매매혼으로 끌려가 중국인 남편에게 착취당하고 노예생활을 강요당한다. 중국 지하시장에서 북한여성을 착취하는 연간 매출규모는 1억500만달러(약1,263억원)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탈북여성 10명중 7명이 중국 인신매매의 피해자이다.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가 거주하고 있는 탈북여성들이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온다. 그들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정부나 국제공동체가 이들에 대한 인권보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외신은 이 같은 내용을 수차례 보도했지만 국내 주요언론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 우리정부 역시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 다니는 ‘탈북민’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한 일이 없다(경향신문 보도. 영국 런던소재 비영리단체인 ’한국미래계획’K.F.I. 발표 자료).

‘탈북민’은 남북분단이 빚은 역사의 비극이고 그 원천적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우리정부가 결코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건은 북한에게는, ‘탈북민’들과 남한사회에 대한 비난과 탈북방지를 위해 좋은 내부 선전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우리정부와 국민은, 중국과 국내의 ‘탈북민’에 대한 인권문제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탈북민’이라고 불릴 뿐,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인 바로 우리 자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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