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19일 만에 “무리한 수계 전환 탓” 원인 파악
부실대응 비판 커지자 市 “전면쇄신” 약속
인천시민들이 수난(水難)에 빠졌다.
지난 5월 30일 시작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3주가 넘도록 지속하면서 시민 불편은 극에 달하고 있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5월 30일 오후 1시 30분께부터 시작됐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인천시 서구 검암동과 백석동, 당하동 지역에 수돗물 대신 붉은 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당초 상수도사업본부는 붉은 수돗물로 피해를 본 아파트 등 8천500여 세대와 초·중·고등학교 10곳에 대한 수질검사를 했지만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수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가 시민들에 첫 기자회견을 연 건 사태 발생 9일째인 지난 7일.
박준하 행정부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서구에서 피부병 발생 100여 건이 보고돼 병원 진료를 받은 주민에게 비용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수질 피해가 정상화 할 때까지 음용수 비용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서구와 인접한 중구 영종도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영종도는 적수사태 피해 지역이 아니라는 게 시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영종도 역시 피해 지역이라는 사실은 곧 밝혀졌다. 지난 13일 시는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 영종도 지역도 수질문제가 발생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시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시민 불안은 커져갔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이 수면으로 떠오른 건 박남춘 인천시장이 늑장 대응에 공식 사과한 지난 18일이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은 지난 18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이 내놓은 결론은 ‘인재(人災)’였다. 조사단은 인천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취수장 등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 중지되자 다른 정수장 물을 성급하게 끌어오다가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수계전환은 10시간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 하는데 10분 만에 밸브를 열어 압력을 2배로 해서 2~3시간 물을 다른 방향으로 보냈다”며 “탁도와 부유물질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데도 모든 것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문제의식 없이 수계전환을 했다”며 “여러 문제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무리했다. 거의 100%인재”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피해 지역에서 학교 급식에 차질을 빚는 곳은 160여 곳으로 늘었고, 유은혜 환경부 장관은 인천을 직접 찾아 20억원의 특별교부금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지역 주민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박남춘 인천시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방안을 촉구했다. 또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인한 사고였던 만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직위 해제된 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는 상수도사업본부 조직에 대한 전면 쇄신을 선언하고 상수도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전문 숙련자를 상수도사업본부로 발령키로 했다.
글_김경희기자 사진_조주현기자·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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