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때 진로 결정… 틀에 짜인 학제 대신 ‘능력·적성 탐색’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교육선진국 독일의 교육은 뭐가 다르고, 무엇이 특별한가?”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추진된 5박7일 간 독일 교육현장에서의 일정은 경기교육의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한 유의미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독일은 6세부터 4년 동안의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그룬트슐레(Grundschulen)’에 입학한다. 초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는 10살 때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인문계와 실업계 구분이 없고 차별도 없다. 또 무조건 대학에 가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선행학습이라는 게 없다. 성적표가 없고 틀에 짜인 학제 대신 다양한 팀별 및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 심지어 교장조차 두지 않거나 학생마다 시험문제가 다 다른 학교도 있었다. 이처럼 독일의 교육은 다양하고, 학생 중심의 학제와 지역사회와 기업의 책무가 남다르다.
이 같은 독일 교육에 대해 이재정 교육감은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를 경험하고 분할 통치되는 경험을 겪고 동독과 서독으로 나눠진 후 통일된 독일의 교육은 폭이 넓고 깊고 다양하다”며 “특히 직업교육의 체계가 상당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재정 교육감을 비롯한 도교육청 학생정책과, 미래교육정책과 진로 및 직업교육담당 장학사 등 방문단은 첫날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초ㆍ중ㆍ고 결합 12년제 대안학교인 ‘오버우어젤 발도르프슐레(Freie Waldorfschule Oberursel)’를 시작으로 독일 헤센주(州) 교육부, 인문실업 종합학교인 ‘이게에스 노르트엔트 슐레(IGS Nordend Schule der Vielfalt)’, 베를린 국립 직업학교 STB 등 교육기관을 방문했다.
특히 100년 전, 주입식 위주의 전통적인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이 가진 능력과 감성, 사고의 조화로운 발달을 지향하며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발도르프슐레를 방문한 학교에서는 지난 100년간 독일 교육에 크게 영향을 미친 발도르프 교육개혁의 철학을 공유하고, 경기혁신교육의 향후 발전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또 인문계와 직업계가 통합된 형태의 종합학교(게잠트슐레·Gesamtschule)로 전교생 600명 규모의 IGS에선 인문계·직업계 구분 없는 통합교육, 교사-교사, 교사-학생의 팀 문화, 지역사회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학생중심 프로젝트 운영 등 이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 철학과 교육법, 진로·직업교육을 살펴봤다. ‘이것은 펜이다’라는 식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예를 들어, 학생들이 직접 ‘보트 만드는 법’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예산 책정하기(수학), 물 위에 배 띄우기(물리), 영어로 된 조립설명서 이해하기(언어) 등의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자연스럽게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인문계, 직업계 반 구분 없이 이런 공통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과 적성을 스스로 알아가게 된다. 이처럼 교육의 개별화를 지향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흥미와 적성을 키워주는 이 학교만의 교육철학에 방문단은 많은 인상을 받았다.
IGS 게잠트슐레 교장단의 플로리안 노이키르헨(Florian neukirchenㆍ40)씨는 “우리 학교의 융합교육은 ‘학생들은 모두 다르다’, ‘단지 다른 방향을 지향할 뿐이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라며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는 주 4시간 학생 스스로 공부할 과목과 진도 등을 구성하는 수업(SOL)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입시교육에 함몰돼 자신의 진로 탐색과 적성에 대해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달리, 독일 게잠트슐레 학생의 경우 충분한 시간에 걸쳐 자아를 탐색을 거쳐 진로·직업교육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재정 교육감은 “게잠트슐레의 수업 방법과 과정, 진로교육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라며 “우리나라 직업교육도 이 게잠트슐레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도교육청만의 마이스터과정 위주의 미래 진로·직업교육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프랑크푸르트ㆍ베를린)=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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