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따라 전학을 많이 다닌 내게 ‘학교’라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기억하기엔 퍼즐 수가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내 나름 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내음 같은 것으로 어릴 적 학교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마룻바닥 냄새,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냄새, 축구를 하고 왔다며 짝이 내는 땀내, 뛴 걸음에 이는 텁텁한 먼지 내음 같은’.
교실의 주인을 두고 학생이다, 교사이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나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얹혀 있는 손님일 뿐이다. 이곳에 남아 우리들의 내음을 켜켜이 쌓아가는 이름 모를 유령이 이곳의 주인이 아닐까. 아이들을 보내고 볕이 길게 들어오는 오후가 되면 반짝거리는 냄새들을 볼 수가 있다. 아직 교사라 행복한 마음이 더 많다.
유중휘 평택 비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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