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집-선생님 이야기] 말썽쟁이가 선생님으로 사는 법

어린시절 모범생이었던 사람은 절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학생들의 엉뚱하고 잘못된 행동을 선생님으로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어렸던 시절, 나의 어머니께서는 장난기가 너무 심한 딸을 두고, “너는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리고 그때를 떠올릴 때면 내가 절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는 결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 나는 교실에서 굉장히 많이 떠드는 학생이었다. 하루를 마칠 때면 어김없이 칠판에는 ‘떠든 학생’으로 이름이 적혀 있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유치한 행동을 많이 했던 말썽꾸러기였지만, 결코 나쁜 학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누군가 내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기를 바라는,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약한 아이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교사로서, 학생들이 큰 소리로 떠들고 돌발행동을 할 때면, 아이들의 약한 마음을 감싸주면서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어린시절 친구들과 주먹다짐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말썽쟁이였다. 친구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면 종종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싸우곤 했다. 당시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대화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단지 친구를 울게 하면 나의 의견이 옳은 것이 되고,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후회가 남지만,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나와 같은 학생들을 볼 때면 나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격려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말썽쟁이였던 데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나는 숙제를 거의 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나의 숙제습관을 고쳐주시려고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내가 숙제를 가지고 집에 올 때마다 “5분만 더 있다가요”라고 미루기 일쑤였고, 아주 간단한 숙제라도 이를 완성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한 글씨 또한 엉망이라 알아보기 힘들었다. 왜 나는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그 당시 매일 너무나 많은 숙제가 있었으며, 대부분 굉장히 지루한 숙제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숙제보다 재미있는 다른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이제 나는 교사로서 그때를 떠올리며 불필요한 숙제는 내어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만일 숙제를 내어주어야 할 때는 최대한 그 양이 적게 그리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내주려고 애쓰고 있다.

나는 어린시절 선생님이 “너 때문에 학교 오기가 싫어!”라고 말씀하실 정도의 말썽쟁이였다.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수많은 과거의 조각들로 이뤄진다는 말처럼 비록 나의 선생님에게는 말썽쟁이였지만, 그때 내가 말썽쟁이였기에 교사로서 더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다독거려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늘도 그 말썽쟁이는 선생님으로 산다. 멋진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며!

김효진 화성 화산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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