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분쟁만 있다. 정권이 분쟁거리를 일부러 만드나 싶을 정도다. 통합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국민은 피곤하다! 정치에 여·야가 있고 보수 진보 중도 등 지향점이 다르니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국민이 사분오열 이상으로 갈가리 찢겨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있으니 무슨 나라(정권)가 이 모양인가 싶다. ‘경쟁’할 일도 ‘분쟁’이 되는 나라가 됐다. 답답해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분쟁(紛爭)을 이렇게 풀었다. (여러 사회 단위 사이에 성립되고 있는 균형 관계를 동요, 혼란시키는 행동) 분쟁은 언어, 종교, 경제, 정치 등을 공유하는 사회 단위 사이에 다툼이 있는 상황을 말한다.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의 욕구와 양립할 수 없는 하나의 위치를 차지하려고 욕구하기 때문에 다툼이 있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분쟁은 있어 왔지만 문재인 정부처럼 민심이반에 이 같은 사회 혼란은 없었던 것 같다. 노무현 정권 초에도 이런 조짐은 있었지만 정권을 운영해 가면서 전 정권이 추진했던 일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민심을 얻어갔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부터 적폐운운하며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려 권력을 동원, 민심이반을 불렀고 공직배제 5대 비리(위장 전입,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병역 회피)를 스스로 정해 놓고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고위 공직에 등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 그러나 출범 초부터 공염불로 만들었다. 이후 ‘내로남불’은 누구 말처럼 손가락이 아파서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사가 됐디. ‘내로남불 정권’으로 불린다.
탈 원전 정책과 아랍원전 사건, 북미회담의 문대통령 북한대변인 역할, 최저임금과 소주성 정책 실패와 친북 종북에 반미 친중으로, 민노총 전교조, 드루킹 댓글조작,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청와대 민정실 특감반원(김태우 수사관), 기재부 사무관(신재민) 폭로에 사법부 압박과 실세 김경수 경남지사 유죄 판결한 성창호 부장판사 보복 기소, 4대강 보 철거까지.
거기에다 날씨마저 돌아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3월초 1주일씩이나 온 나라를 뿌옇게 덮쳐 세계에서 가장 공기 질이 나쁜 나라가 됐다. 국민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사태를 빚었다. 미세먼지 30%를 줄이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까지 다시 불러들였다. 국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 이건 나라냐?
포용의 정치를 내세운 이 정권은 나라가 온통 보수 진보로 나뉘어 싸우고, 좌우와 세대로 갈려 이념에 몰입하는 ‘신 당쟁의 시대’를 맞고 있는데다 주말마다 태극기 집회가 도심을 휘젓고 다녀도 대화와 타협을 모른다. 간판만 내세우는 한심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날아가는 새에게 중요한 것은 오른쪽, 왼쪽 날개가 모두 온전히 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인간 존엄은 실현된다. 자유를 더 강조하는 우파(보수) 정당과 평등을 더 강조하는 좌파(진보) 정당은 모두 민주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좌파와 우파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때 나라는 발전한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면 다른 편의 얘기에도 귀를 열어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일부를 옮겨 보자(당사자들은 이 취임사를 다시 한 번 읽어라!)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명문이다. 문장이 아깝다.
송수남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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