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전사고땐, 인접한 한국 피해보상 ‘막막’

韓·中 ‘원자력 손해보충 배상 협약’ 가입 안돼
과거 구소련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배상 거부
전문가 “국가분쟁시 몽니 최소화 위해 가입 필요”

중국 동남부지역 원전 사고 시 수도권 피해 직격탄, 보도(본보 2월18·20·22일 자 1면)와 관련, 한국과 중국이 ‘원자력손해 보충배상협약(CSC)’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외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에 따르면 1997년 오스트리아 빈 협약에서 협의한 가입 국간 배상 의무를 분담하는 ‘CSC’에 중국과 한국 모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SC는 가입한 회원국이 모은 공동기금으로 사고가 발생한 국가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접 국가에 손해 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한 협약이다.

국가 간 분담액은 유엔 분담금 비율과 각국이 운영하는 원자력 시설용량에 따라 정해진다.

CSC 협약이 필요한 이유는 원전 사고 국가가 인접국가에 피해를 주고도 배상을 거부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서독과 오스트리아, 벨라루스 등 인접국들은 약 250조원의 피해를 보았지만, 구소련은 배상을 거부했다.

구소련은 방사능 피해가 각국의 핵발전소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체르노빌 사고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끝까지 부정했다.

중국도 한국과 미세먼지 원인을 놓고 마찰을 일으킨 사례를 봤을 때, 원전 사고 시 손해 배상을 거부할 소지가 높다.

최근 중국은 한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미세먼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미국 NASA와 한국 연구기관 지적에도 지난 6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한국은 미세먼지 이동 입증을 통해, 중국에 항의했지만, 강제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국가 분쟁 시 중국의 이 같은 몽니를 최소화하려면 CSC 협약 가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과 한국이 CSC 조약에 가입하면 중국의 원전 사고 시, 각 회원국이 한국에 대한 배상액을 분담하기 때문에 중국의 부담이 줄고, 강제성도 있어 손해 배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교부와 원안위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지난 2015년 CSC 협약 가입에 필요한 국내 요건만 갖춘 채 현재까지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중국이 CSC에 가입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국가 간 원전 사고 손해배상에 대한 합의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김진한 인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1970~80년대 스웨덴이 주변 국가 오염물질 영향으로 산성비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입증하고자 연구 자료를 모으고 협약까지 맺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한국도 다른 나라와 연합해, 중국 원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국제 이슈로 제기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중국 원전 사고 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시스템은 현재 없다”며 “CSC 협약은 외교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원전 도입국의 가입 동향 등 상황을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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