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도 포함 2년 만에 관련 예산 4배 확대
“정책발굴 외면, 성과내기 급급” 市 “시민 수혜, 분류문제 없어”
인천시가 ‘성인지’와 거리가 먼 남북교류협력 등을 해당사업에 포함하는 방법으로 2년만에 관련 예산을 4배나 확대해 성과 부풀리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성인지 관련 사업으로 분류한 예산 규모는 2017년 2천74억원(175개), 2018년 6천331억원( 311개), 2019년 7천923억4천200만원(334개)으로, 2년 사이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시는 문재인 정부의 여성 정책 확대 기조에 따라, 시의 총 예산 10조1천104억원 중 약 8%를 성인지 사업 예산으로 분류했다.
성인지 사업 예산이란 지방자치단체 각 사업 예산 중 성인지가 필요한 일부 사업에 대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예산 편성에 반영해 남·여가 동등하게 수혜를 받도록 하는 예산이다.
하지만, 시는 ‘성인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남북교류협력 통일 공감과 중소기업경영안전자금 지원, 자원봉사센터, 소상공인 경영기금 지원, 모범 음식점 지정 및 내실화, 식중독 예방, 음식문화 개선 사업 등을 성인지 관련 예산에 포함했다.
남북교류협력 사업 중 통일 공감 형성과 모범 음식점 지정, 음식 문화 개선 등이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시는 성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이유를 들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 정책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인천시가 무분별하게 보여주기식 예산 실적을 내놓은 것”이라며 “시가 정작 여성에 대한 평등 정책 발굴·소통은 뒤로한 채 성과 내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 취지와는 맞지 않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 사업도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돼, 논란이 예상된다.
시가 발행한 ‘2019년 남녀평등 추진 예산서’ 지침에 따르면 로봇 사업은 ‘교육과목이 남학생 위주로 편성된 이유’를 들어 여학생에 대한 홍보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정작 교육과목은 남·여 공통과목이지만 관심도가 남학생이 높다는 것을 간과한 채, 로봇 교육이 남학생 위주라고 평가한 것이다.
또 공공 근로사업은 여성 신청자가 많은 이유를 들어 취업이 어려운 여성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경영안전 기금 지원 사업에서는 사회진출이 많은 남성이 사장을 맡은 경우가 많은데도, 남·여 지원 예산이 50:50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각 실·국의 예산 편성 담당자들도 뚜렷한 기준 없이 부풀려지는 성인지 예산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성인지 예산에 포함된 사업을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굳이 남·여를 따지지 않아도 불특정 다수 시민에게 수혜가 잘 돌아가고 있는데 평가를 통해 나누라고 하니, 황당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민이 수혜 대상이고, 시민에는 남·여가 있으니 ‘성인지’ 예산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역차별 등 이의가 제기되면 성별 영향 센터에서 관련 사업 컨설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사업에서는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남·여 인식 개선을 위해 사업 확대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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