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혈관, 중소기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난 탓에 돈맥경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휘청거린다. 침체된 경제는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경영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CEO들이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정부의 각종 중기지원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기업인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앞날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한다. 오는 28일은 이 같은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후보등록 첫날인 7일 현재 중기중앙회 부회장 중에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를 비롯한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도 후보 등록했다. 후보 마감 8일까지 입후보자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1962년 업종별로 조직화된 각급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경제단체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들의 대통령’이란 의미에서 ‘중통령’으로 불리는 중기중앙회장은 경제5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로 선출한다.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 하지만 부총리급 의전에 대통령의 공식 해외순방 동행은 물론이고 각종 정부 행사에도 수시로 참석한다. 최대주주(32.93%)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도 겸직한다. 이처럼 설립 초기와 달리 중앙회장의 존재감과 위상이 높아지면서 선거 때마다 금품·향응 제공이나 불·편법이 만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출마자들의 선의의 마음은 사라지고 ‘사익추구’, ‘잿밥에만 관심있는 것 아니냐’라는 비난이 쏟아질까. 어쩌면 선거 때마다 후보 캠프 간 비방이 난무하고 고소 고발이 끊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난 2015년 선거 당시 부정선거 혐의로 2명이 고발당했다. 이번 선거도 벌써 혼탁하다. 출마예상자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중기중앙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회원사 관계자들에게 현금과 귀금속 등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A씨의 측근 B씨도 ‘후보 지지율이 50%를 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또다른 출마예상자 CㆍD씨는 중기 중앙회장 출마를 위해 전혀 다른 업종으로 바꿔 출사표를 던져 ‘편법적인 출마’, ‘조합 갈아타기’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급변하는 시대에 중기중앙회도 바뀌어야 한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울한 경제상황만 탓할 수 없다. 차기 회장은 현장에서 함께 뛰는 열정과 역량이 부족한 조합에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차기회장 덕목 중 젊은 리더십을 최우선으로 꼽는 이유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의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친밀성과 협상력도 갖춰야 한다.
특히 국정 동반자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권보다 부각된다. 기업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친노동자 성향 또는 편향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에 투쟁으로 일관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투쟁과 협력’, 양날의 칼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 정치권과의 유연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입안ㆍ법제정 단계부터 참여하고 정책 기조를 활용하는 정치력도 필수조건으로 꼽을 만하다.
청렴성과 비전은 중기중앙회의 끊임없는 혁신 원동력이다. 이는 중기의 신뢰성과 개별역량을 높이고 미래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는 성장동력이 될 뿐 아니라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 구조를 더욱 견고케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에 주목한다. 올해는 선거 도입 후 처음으로 후보자 공개토론이 진행된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입후보자의 출사표와 함께 정책ㆍ정견 등 자질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회장선거=깜깜이 선거’라는 인식을 일거에 불식시키게 돼 환영할만하다. 아울러 공정한 선거를 위한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거나 네거티브로 얼룩지지 않도록 투명한 감시ㆍ감독을 기대한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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