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안됐는데 ‘입법보좌관 예산’ 시의회 편성 논란

‘혈세먹는 하마’ 우려의 목소리
시의회 “전문 인력 충원 시급”

인천시의회가 관련 법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2019년도 본예산에 입법보좌관 관련 예산을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시의회에 따르면 2년 기간의 입법보좌관을 시간임기제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성과에 따라 5년 범위에서 재연장이 가능하고 5년이 지나면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쳐 다시 뽑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의회는 상임위 과정에서 관련 예산 8억4천900만원을 증액 편성했다. 입법보좌관의 연봉은 7급 공무원 수준인 4천800만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지방분권의 시대적 흐름과 300만 시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려면 속도감 있는 입법보좌관제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2019년도부터는 시 예산 10조원 시대가 열리는 등 예산 규모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검증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광역의원이 보좌관을 둘 수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보좌관 예산부터 편성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보좌관을 시간임기제로 뽑는 것도 문제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시간임기제 입법보좌관의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의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추진한 입법보좌관이 제 기능을 못 하고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법보좌관 정규직 채용 시 현재 인력을 줄이거나 조정해야 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회 관계자는 “인원 조정 등의 과정을 거치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총액임금제 안에서 시간임기제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광역의원 입법보좌관에 대해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의원의 보좌관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광역의원의 입법보좌관제 추진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다.

입법보좌관 선발 과정이나 자격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친인척 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특히 최근 연수구의원이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하는 등 광역·기초 의원의 도덕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법보좌관제를 추진하는 것은 짬짜미 의회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시민의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보좌관제를 시행한다면 여론의 반감 때문에 제도가 자리 잡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태손 의원(민·부평구 6)은 “의정 수요가 늘어나고 의회 역할이 커지고 잇지만 이를 지원할 인력이 부족해 의원 개인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광역의회의 현실”이라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고자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영민·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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