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잘못 없는 피해자는 왜 도망을 가야했나

▲ 영화 '한공주' 포스터. 무비꼴라주
▲ 영화 '한공주' 포스터. 무비꼴라주
영화 '한공주'가 25일 오전 채널CGV를 통해 방송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은 소녀가 상처를 치유하고 감내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성폭행'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기존 영화들이 지독한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공주'는 사건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극중 공주(천우희)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뒤 많은 것을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간다. 모든 것을 포기할 법도 했지만, 결코 살아가려는 의지와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친구들을 사귀고 노래를 부르며 세상밖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고통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분명 공주는 피해자이지만 그는 '도망'이라는 선택을 한다. "제가 왜 도망가야 해요?"라는 영화 속 공주의 대사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런 공주를 우리 사회가 보듬어주며 다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피해자들이 그늘 속에 숨어 홀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한다.

'한공주'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 시민평론가상을 비롯해, 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와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금별상과 타이거상, 제16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여기에는 단편 영화 '적의 사과'로 주목받았던 이수진 감독의 연출력과 천우희라는 묵직한 존재감의 신인 배우의 연기력이 크게 한몫했다.

이수진 감독은  "난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가늠하는 이야기나 그것으로 인해 공분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아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소녀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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