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성남아트센터에서 좀 특별한 음악회가 있었다. 활동에 제한적인 장애아들이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 것이다. 시각장애인 클라리넷, 발달장애아 판소리를 보는 관객들은 연신 눈가를 훔쳤다. ‘안된다’, ‘나는 못하겠어’. 청소년 자살이 1위인 나라에서 백마디의 말보다 의미심장하게 꽂혔들었다. 이보다 더한 산교육이 어디에 있겠는가.
음악의 힘, 예술의 힘이다. 육체나 감각만 건드리는 애상적이거나 신바람의 대중오락이 대중에게 선호되고는 있지만 여기엔 小量(소량)이어도 꼭 필요한 정신비타민이 들어있지 않다. 영혼 깊은 곳을 울리는 호소력을 통해 격조와 품위를 유지하는 사회를 지탱하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도대체 경영논리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오페라하우스 운영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결국, 價値(가치)란 무엇인가? 비싼 옷을 입고, 명품 백을 들고, 불에 타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도 외제차를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가. 남과 다르다는 차별화요 인정의 욕구다. 이게 물질 쪽으로만 심하게 기울면 자칫 천박 기류를 형성하고 만다.
그래서 명품이 사회를 이끄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느린 것 같지만 정상괘도를 간다. 명품 선호는 시대마다 기호를 달리해왔다. 중국의 차(茶), 실크, 소금, 향료가 수요 폭발로 유통혁명을 일으킨 것은 시대마다 늘 트렌드가 바뀌는 것이고 장사꾼들은 이를 선점해 사업 성공을 한다.
지난달 28일 서울예술의전당에선 아리랑코러스가 ‘칸타타 한강’을 무대에 올렸는데 유로 관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시민문화가 동호인 문화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수원성의 인류문화유산뿐 아니라 전통의 보물로 가득하다. 이 보물지도를 콘텐츠화해 관광객을 유입하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유능한 문화일꾼들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경기 천년이다. 정조와 茶山(다산)의 깊은 문화 교감을 되세길 필요가 있다. 도시자 주변에 다산과 같이 정통한 문화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당장 나아질 경제 상황이 아니라면 궁핍에도 행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길러주면 이게 복지다. 우리보다 다소 경제권이 약한 동구권 사람들이나 러시아는 문화강국이어서 예술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전시장에 멋진 남성들이 줄을 잇는다. 우린 여성과 아이들뿐이다.
공짜 시혜성 복지는 늘릴수록 갈증이 심해지는 탄산음료수다. 구호물자 나눠주는 70~80년대 컨셉으로 발랄한 청년과 시민을 잡을 수 있겠는가.
대구 오페라하우스가 축제 성공 이후 도시의 자긍심이 넘친다고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택시 기사마저도 어께를 으쓱인다. 반면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논란은 경영논리를 앞세운 포퓰리즘 탓으로 공사 중단이란 몸살을 앓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속으로 들어 온 말은 거짓이든 진실이든 밖으로 내뱉어야 하는 게 인간 속성이다. 루머와 음해에 시달리는 이재명 도지자가 콘서트나 전시장에 자주 들리고 문화정책 최우선에 내세우면 변화가 오지 않겠는가. 세상에 예술보다 더 탁월한 세탁기는 없다. 道政(도정)에 바빠서 틈이 없다면 대리자인 문화재단 대표 등 기관장들을 잘 뽑도록 각 시, 군을 체크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합창 소리를 처음 듣고 ‘세상에 이런 소리가 있었구나. 커서 합창단원이 되었다는 고백은 문화의 충격을 잘 말해준다. 문화없이 명품도시를 못 만들고, 문화 없이 행복할 수 없다. 지금 아리랑 코러스 관객들이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문화다. 우리가 이도지사의 문화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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