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기자, 어디까지 왔나] 아이템 선정·뉴스 분류… 인간의 영역까지 척척

언론사를 비롯한 미디어 업계에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해외 언론에서는 기사작성, 독자와의 소통, 가상비서 서비스 등 ‘로봇저널리즘’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난 2016년께부터 ‘LA타임스’와 ‘로이터’ 등은 속보 기사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단문 몇 단락 수준이긴 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한 기사를 작성해낸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컴퓨터 기술의 힘이 로봇기자, 이른바 AI 기자를 탄생시키게 한 것이다. 

■ AI 기자 인간을 앞서다

“대형 백화점에서 화재 발생! 사회부 AI 기자 속보 전송!!”, “리히터 규모 8.0 지진 발생 ! 기상 전문 AI 기자 가동!”

 

조만간 신문 및 방송 편집국에서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 벌써 이런 현상은 시작됐다. 네이버에 ‘AI 기자’라고 검색하는 순간 ‘AI 기자의 기사를 보시겠습니까?’ 라는 항목이 나온다. ‘결과보기’를 클릭하면 AI 기자가 쓴 기사 100여 건을 살펴볼 수 있다. 대부분 AP연합뉴스에서 보도한 것으로 사건사고, 스포츠 경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사실만 봐도 AI 기자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서 기자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앞서 대형 재난현장과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에 활동하는 AI 기자들도 더러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8월8일 오후 9시께 중국 쓰촨성 인근. 갑작스레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당시 중국 지진국 소속의 지진대망센터는 지진 발생 24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중국의 대표 SNS에 △지진 발생 위치 △진앙지의 지형 △현지 거주 인구 △과거 지진 발생역사 등의 내용이 담긴 속보를 쏟아냈다. 해당 속보에는 기사뿐만 아니라 위치 지형도 4개와 도표 1개도 같이 첨부됐다.

 

비슷한 시각 중국의 언론사들이 보도한 쓰촨성 지진은 내용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 지진대망센터의 발표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부족했다. 특히 지진대망센터가 보도한 내용들은 상세한 설명도 많아 독자가 이해하기 훨씬 쉬웠다. 지진대망센터가 보도한 내용을 쓴 기자는 다름 아닌 AI 기자였다. AI 기자는 지진 발생 직후 19분 후 자동으로 기사를 써 25초 만에 완성했다. 속보가 약 5분 뒤에 나온 것은 사람의 검사를 거치는 시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맹활약한 기자가 있다. 그 기자의 이름은 헬리오그래프(Heliograf). 워싱턴포스트가 개발한 AI 기자다. 이 AI 기자는 올림픽 경기결과와 메달획득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인간을 대신해 큰 활약을 펼쳤다. AP 통신의 ‘워드스미스(Wordsmith)’ AI 기자 역시 미국 마이너리그 야구 경기 결과를 전달하고, 기업 실적 기사를 도맡아 전송하면서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6월20일 매일경제와 싱크풀이 선보인 AI 로봇기자 ‘아이넷’이 주목을 받았다. 아이넷은 한발 늦은 데이터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개인투자자들을 돕기 위해 고안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이넷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황과 종목을 분석해 객관적인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의 손과 머리로 분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보도 아이넷 알고리즘은 몇 분만에 이를 가독성이 높은 기사로 만들어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아이넷은 크게 4가지 분야인 △전일 시황 △개장 시황 △수주 공시 △로봇 특징주의 기사를 쓴다. 투자자는 아이넷 기사를 활용해 개장 직전부터 장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정보를 제공받아 코스피와 코스닥에 투자할 수 있다. 이처럼 AI 기자는 사건 발생, 스포츠 경기 결과, 주식 시황 등의 면에서 이미 인간 기자의 속도와 정확성, 자료 분석력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AI 기자, 한계가 없다

그동안 언론계에서는 AI가 아무리 발달 할지라도 ‘저널리즘’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만’해 왔다. AI 기자가 쓰는 기사는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AI 기자들 역시 사건 발생, 스포츠 경기결과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쓰는 스트레이트 기사에 불과했다. 아이템을 선정하는 일, 현상을 분석하는 일, 출입처에서 정보 소스를 제공 받고 기사를 쓰는 일 등 여전히 인간 기자가 AI 기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경계조차도 조금씩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약 6개월 전 로이터의 연구개발팀은 ‘로이터 트레이서(Reuters Tracer)’를 발표했다. 이는 일종의 추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스스로 이슈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시스템은 스스로 최근 이슈와 관련성이 높은 아이템을 선택하고 우선순위까지 정한 뒤 제목, 내용을 요약, 작성해 기사를 내보낸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로이터 트레이서는 매일 전체 트위터의 2%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갯수로는 약 1천200만 건. 2%의 전체 트위터 중 절반은 무작위로 추출하며 나머지 절반은 로이터 측에서 따로 작성한 트위터 계정 리스트에서 추출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이 시스템의 출입처는 트위터이고 출입처에서 받은 자료를 이 시스템이 능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또 이 시스템은 여러 사람이 같은 주제에 대해 일제히 말문을 열었는지를 통해 발생시기를 파악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그것을 추출하는 일을 해낸다. 이후에는 스스로 뉴스의 가치를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한다. 이와 함께 로이터 트레이서는 주요 매체, 언론사의 공식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당 데이터와 내용이 진실이라고 판단을 내리면 인공지능은 제목과 요약문을 작성해 로이터에 전달한다. 로이터 트레이서가 만드는 인공지능 뉴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템 선정 단계를 거쳐 기사로 진화한다. 이처럼 단순한 기사작성만 하던 AI 기자가 이제는 능동적으로 아이템을 선정하고 중요 뉴스를 분류해 기사까지 작성하는 것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 AI 기자 활용과 언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AI 기자 활용은 중요해질 것이다. 노동의 효율면에서 인간이 AI 기자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CEO 역시 “AI 퍼스트 세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AI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기도 했다. 언론사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일형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십 년 뒤에 편집국에는 인간 기자와 AI 기자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아직까지는 AI 기자의 한계점이 눈에 보이는 단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는 희미해지고 AI 기자는 인간 고유의 능력까지 뛰어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계는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 AI 기자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AI 기자가 인간 언론인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의 부분도 있지만,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언론계는 더 효율적이고 편하게 성장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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