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지자체장 지휘 아래 ‘지역 맞춤형 치안’
수원·고양 ‘특례시’ 도약… 삶의 질 높인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역사를 살펴보면 1948년 제헌 헌법에 지방자치가 규정된 후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 1952년 최초의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이어 경기일보가 탄생하기 1년 전인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됐고, 1991년 각급 지방의회가 구성된 후 1995년 드디어 국민들이 직접 시ㆍ도지사와 시장ㆍ군수를 직접 투표로 선출,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시행됐다. 이후 지방선거가 7번이나 더 치러져 올해 6월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다.
20년이라는 시절이 훌쩍 지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의 변방에 불과했던 경기도는 인구 1천300만 명이 사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로 탈바꿈했고, 경기도 내 기초자치단체 중 수원시와 고양시, 용인시 등은 100만 명이 넘게 거주하는 초대형 기초자치단체로 자리 매김 했다. 이러한 광역ㆍ기초자치단체들이 최근 또 한 번 큰 변화에 마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분권 개헌’이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오는 2020년이면 전국에 ‘자치경찰제도’가 도입돼 지자체가 직접 민생치안을 담당하게 된다.
또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 기초자치단체들은 ‘특례시’라는 새로운 개념의 행정구역체계 도입을 추진, 도시 규모에 걸맞은 위상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과 ‘자치경찰제’, ‘특례시 도입’ 등이 추진되면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은 현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과 위상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 동력 잃은 지방분권 개헌, 다시 추진될 수 있을까
6ㆍ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방분권 개헌’이 사실상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언제든 다시 추진될 여지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지난해 10월26일 전남 여수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제2회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 및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불이 붙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며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방분권이다. 자치와 분권이야말로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이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함에 따라 경기도에서는 ‘지방분권 개헌 경기회의’를 비롯해 각 시ㆍ군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 올해 1월2일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지방분권 개헌 촉구를 위한 자치단체장 대국민 공동신년사’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3월26일 지방분권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연일 ‘드루킹 특검’ 등을 놓고 정쟁을 벌이면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고 끝내 개헌안 발의 60일째인 지난 5월24일 정부 개헌안이 폐기되고 말았다.
정부 개헌안이 폐기된 작금의 시점에 지방분권 개헌은 사실상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개헌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민선 7기 지방자치 시대가 개막됐다”며 “개헌의 무산으로 제2국무회의도 무산됐지만, 시도지사 간담회를 정례화하는 등 광역단체장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국정의 동반자일 수밖에 없다. 그(지방분권 개헌) 취지는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는 변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또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17일 제헌절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지방분권 개헌에 나서라”고 촉구한 데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국회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길, 촛불 혁명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국민의 명령인 개헌을 완수하는 것”이라며 다시금 연내 여야 합의 개헌안 도출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개헌 논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주목되고 있다.
■ 2020년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 지자체, 치안까지 책임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자치경찰제’가 오는 2020년에는 전국에 도입될 전망이다.
지난 6월21일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는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검찰이 그간 강조해 온 논리였다.
경찰은 수사 외에도 치안·교통·정보 등 다양한 기능과 업무를 하기 때문에 검찰의 사법적 통제가 어렵다면 주민에 의한 통제장치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도 제시한 바 있는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검찰, 경찰이 모두 자치경찰제 도입에 합의함에 따라 내년부터 서울과 세종, 제주에서 자치경찰제가 시범 실시된다. 또 정부와 검경은 ‘대통령 임기 내 전국 실시를 위하여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았다.
앞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 4월 ‘자치경찰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올해 가칭 ‘자치경찰법’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 제·개정을 추진한 뒤 내년 일부 시·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한 후 이어 2020년에는 전국 17개 시·도 전체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오는 2020년께는 전국에 자치경찰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두는 것으로 중앙 정부의 경찰권을 각 지방에 분산하고, 지자체가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을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앙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견제하는 취지를 지닌 자치경찰제는 현재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제주에는 지난 2006년 우리나라 최초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주민의 생활안전, 지역 교통활동, 공공시설 및 지역행사장 경비, 관광객 안내, 환경·위생·산림 등 17종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수사권이 제한돼 있고 자치경찰의 사무가 국가경찰 업무의 극히 일부에 해당했기 때문에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따라서 내년에 서울과 세종 등에 시범 도입되는 자치경찰은 현행 제주자치경찰의 사무 수준보다 확대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치경찰제가 어떻게 운용될지는 지난해 11월 경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시행 권고안’을 보면 대략적인 밑그림을 알 수 있다.
권고안은 전국 광역시·도 소속으로 자치경찰본부를 설치하고, 경찰 업무 관련 심의·의결기구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도 자치경찰대는 국가경찰에서 독립해 시장·도지사 지휘를 받으며 광역단체 산하 기초자치단체와 연계를 강화하고자 시·군·구 단위로 ‘시·군·구 자치경찰대’를 두되, 광역 단위에서 법 집행력을 강화하고자 광역시·도 직할로 시·도 자치경찰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치경찰은 범죄 예방과 단속, 위험 방지, 공공질서 유지 등과 관련한 생활안전·교통·경비업무 및 특별사법경찰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가벼운 사기·절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범죄, 공무집행방해·음주운전 사건 수사권도 보유한다. 강력범죄가 의심되지 않는 실종자·미귀가자 사건, 동물 안전관리와 관련한 수사업무, 도로교통법이나 경범죄처벌법 위반자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도 자치경찰이 담당한다.
■ 100만 인구 기초자치단체, 특례시로 새로운 비상 꿈꾸다
최근 경기도내에서 인구가 많은 기초자치단체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특례시’다.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ㆍ재정적 자치권한을 갖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인 ‘특례시’는 인구가 100만 명에 달하는 수원시(124만)와 고양시(105만), 용인시(102만), 성남시(99만) 등에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 기초자치단체들이 특례시를 요구하는 이유는 도시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자치제도 적용으로 대도시 행재정의 비효율 발생은 물론 원활한 행정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인구가 124만 명에 달하는 수원시와 전체 인구가 118만 명가량인 울산 광역시를 비교해보면 공무원 1인 당 주민 수와 예산이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같은 행ㆍ재정상 비효율을 타개하기 위해 인구 100만 이상 기초자치단체들이 특례시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광역시’가 아닌 ‘특례시’일까. 현재 인구 100만 명가량인 기초자치단체는 수원과 고양, 용인, 성남, 창원으로 창원을 제외한 다른 시들은 모두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이들 기초지자체가 모두 광역시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경기도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광역시 승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셀 수 있다. 이에 경기도 안에서 독립하지 않고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행ㆍ재정적 효율만 높이는 특례시를 택한 것이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수원시는 자체 분석결과, 특례시로 지정될 경우 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매년 4천억 원가량의 재정수입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를 특례시 세목 분류(1천535억 원)하고 취득세, 등록면허세, 레저세, 지방소비세 공동과세(시60%,도40%) 및 지방소비세율 9% 인상 시 3천89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힌다는 것이다.
이정도 규모의 예산은 트램 등 친환경교통수단(1천989억 원), 아이스링크 등 광교복합체육시설 건립(500억), 수원시민안전체험센터 건립(136억 원), 영통국민체육센터 건립(146억 원) 등 수원시 현안 사업들을 모두 추진할 수 있는 예산 규모다.
특히 단순히 세수의 증대뿐만 아니라 일반 시와 차별화된 특례시의 지위ㆍ권한을 이용, 정부와 직접 교섭을 통해 신속한 정책결정 및 추진 등을 실시할 수 있으며 대규모사업과 세계대회 등 국책사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광역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인ㆍ허가 기간 단축과 자체적인 도시계획 수립도 가능, 도시재생사업 등 대규모 재정투자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행정서비스도 개선될 수 있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사무이양을 받아 권한이 확대, 대도시로서 행정수요에 맞는 맞춤형 행정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다.
■ 특례시 지정까지 남은 과제는
이러한 대도시 기초자치단체들의 특례시 지정 요구에 대해 정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례시 추진은 단순히 인구규모 이외에 재정부담 능력 및 지역 산업구조, 주변 지자체에 미칠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광역지자체들의 협의체인 전국시ㆍ도지사협의회는 특례시 신설에 부정적이다. 기초단체 서열화에 따른 위화감 조성 및 광역지자체 재정력 악화 등이 그 이유다. 실제 지난 1997년 울산이 광역시가 된 뒤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던 경남도 사례가 있어 광역지자체들은 특례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들의 기조에 대응해 대도시 기초자치단체들은 힘을 모아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수원과 고양, 용인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들은 각 단체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공동 대응기구’를 구성하고 국회의원 및 시ㆍ도의원, 행정조직, 시민단체 등 참여하는 ‘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특례시 도입을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또 특례시 도입은 기초단체 간 서열화가 아닌 지방정부의 위상 강화로 이어져 지자체의 입법·조직·재정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다른 기초자치단체의 지지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수원시는 울산광역시보다 인구가 5만 5천 명가량 많다. 그런데 수원시 공무원은 2천987명, 2018년도 예산은 2조 7천293억 원이고, 울산시는 공무원 6천66명, 예산은 5조 8천618억 원이다. 이는 ‘광역시’라는 지위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이 받는 복지혜택, 행정서비스 등은 그 질과 양이 두 배 이상 차이 나게 된다. 같은 국민인데 사는 곳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특례시 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역차별을 해결할 수 있나.
특례시가 되면 행정·재정 자율권이 확대돼 신규 사업과 국책사업을 더욱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도(道)를 거치지 않고 정부와 직접 교섭해 신속하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계획을 수립·추진할 수 있다. 또 대도시 행정수요에 맞는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일 수 있다.
-특례시가 되면 시민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세수가 매년 4천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역자원시설세·지방교육세를 특례시 세목으로 분류하고, 취득세·등록면허세·레저세·지방소비세를 공동과세하고, 지방 소비세율이 인상돼 세수가 증가한다. 시민이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은 없다. 늘어나는 예산으로 시민을 위한 도서관, 노인복지회관, 생활체육 시설 등을 더 만들 수 있다.
-수원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선거운동 기간, 그리고 당선 후에도 “민선 7기 임기 중에 ‘수원특례시’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드렸다. 수원특례시가 되면 시민 삶의 질이 달라진다. 특례시 도입은 저와 공무원들 힘만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시민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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