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염전과 돈벌이를 위해 막노동 시장으로 나선 염부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얼마 후에는 경기도에서 ‘염전’을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지난 15일 화성시 서신면의 공생염전. 이곳에서 만난 염부 A씨(70)는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소금을 보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공생염전 염부 경력만 49년인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업을 고려 중이다. 중국산 저가 소금 공세에 밀려 A씨의 소금이 팔리지 않아서다. A씨는 “경기도에 있는 김치공장마저도 중국산 소금을 쓰는 상황”이라며 “쌓여만 가는 소금을 보고 있자니 속이 갑갑하다”고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이곳에서 염전을 해오다 올해로 문을 닫은 B씨(65) 역시 “중국산 소금과 가격을 맞추려다 보니 수익이 남지 않아 결국 폐업했다”면서 “평생 염전만 가꿔와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지금은 생계를 위해 막노동 현장을 전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서신면의 공생염전은 6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의 대표 염전단지다.
6·25전쟁 당시 화성시로 피난온 황해도 주민들이 이곳에 ‘공생’하며 지냈다고 해 ‘공생염전’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곳은 이후 60여 년간 우리나라 전통 방식인 ‘옹기판염(갯벌 위에 옹기 타일을 깔아 만든 곳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것)’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해 온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염전이다.
그러나 현재 이곳은 전체 76만㎡ 중 28만㎡가량이 텅 빈 채 방치돼 있다. 15곳의 염전 중 절반가량인 7곳이 문을 닫았다.
공생염전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경우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1포대(20kg) 당 6천~7천 원은 받아야 염전을 유지할 수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중국산 소금이 1포대 당 4천~5천 원의 가격으로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폐업하는 염전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안산 대부도의 염전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1953년 첫 문을 열어 40여 개에 달하는 염전이 생겨나고 한 염전당 8개의 작업반을 운영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염전단지지만, 현재는 ‘동주염전’ 단 한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동주염전 역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소금생산보다는 ‘염전 체험활동’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기도 소금을 살리려면 경기도 소금을 특화한 적극적인 홍보전략과 중국산 소금 수입에 대한 쿼터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염부 C씨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산 저가 소금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쿼터제 등 제제 수단이 필요하다”며 “경기도 염전이 유지,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 시·군이 앞장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부 D씨는 “중국산 소금 공세에도 ‘신안 소금’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며 “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홍보해 준다면 경기도 소금도 다시 부흥기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도내 염전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후 염전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 및 홍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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