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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관 칼럼] 시민은 돈 안들이고 책 보고, 동네서점은 책 많이 팔려 돈 벌고
오피니언 이범관 칼럼

[이범관 칼럼] 시민은 돈 안들이고 책 보고, 동네서점은 책 많이 팔려 돈 벌고

-주민이 바라는 지방자치의  모범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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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을 맞아 모처럼 고향의 어린시절 벗들과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동심으로 돌아간 벗들과의 나들이라 오랜만의 만남임에도 금방 가까워지게 되고 1시간여 관광버스로 가는 동안 옆자리의 친우와 요사이 지내는 근황을 서로 얘기하며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나와는 어릴 적부터 특히 많은 인연을 맺은 사이이고 그 친구의 성실하고 꾸밈없는 모범적인 생활과 학구적인 근면성은 나에게 항상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가 자기의 근황을 얘기하면서 지금 많은 문화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자랑하며 아주 보람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하여 부러움을 느꼈다.

 

자신은 앞으로 1천권의 책을 읽을 목표를 세웠는데 1천권의 책을 읽기도 힘들지만 자기의 경제력으로 1천권의 책을 구입하기도 어려운 형편인데 자기가 사는 지역의 시청에서 돈 안 들이고 읽고 싶은 책을 얼마든지 대출받아 읽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아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대출받아 구독하고 있다며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를 소개하였다.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창안하여 시민의 문화복지 혜택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제도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동네서점에 가서 무료로 빌려 읽고 반납하면 시가 그 책을 도서관 장서로 구입하고 책값을 동네서점에 지급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제도는 공공도서관이 자체적으로 구입할 책을 선정하여 도서관에 비치하면 시민은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서 보고 싶은 책을 대출받아 읽는 방식이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도서관에서 구입해 놓지 않으면 책을 볼 수가 없었다.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는 도서관에 비치할 책 선정권을 도서관이 아닌 시민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신간도서나 베스트셀러가 나오더라도 지금까지의 운영방식으로 하면 그 책을 도서관이 바로 구입하여 비치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제도를 활용하면 바로 동네서점에 가서 무료로 빌려보고 도서관은 그 책값을 동네서점에 지불하면서 도서관 장서로 비치하게 된다.

 

이 제도는 3년 전(2015.7.)에 시범실시하여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그 이듬해에 전면시행을 하여 정착된 지 이제 2년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동네서점 3곳이 참여하였는데 그 후 6곳, 17곳, 19곳으로 점점 확대되어 현재는 20곳으로 늘었다 한다.

이 제도는 경기도 행정생산성및 민원서비스 혁신 우수기관 표창, 정부 우수사례 경진대회 우수상, 아시아 태평양 스티비상 은상, 국제 비즈니스대상 동상,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최우수상 등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또 이 제도는 현재 수원, 부천, 여수, 포항, 충주, 나주, 세종, 안산, 오산시 등 전국 10여 개 자치단체가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동네서점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시민들의 문화복지 혜택으로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2016년에는 1만3천600여 명의 시민이 동네서점에서 5만5천400여 권을 대출받았고 책대금 6억4천여만원이 동네서점에 지급되었으며, 2017년에는 3만6천여 명이 8만1천여 권을 대출받았고 책대금으로 10억여만원이 지급되었다고 한다. 동네서점도 평균 10% 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아파트단지 부근 서점은 매출이 30%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고 한다.

 

지금 지방자치가 정치화되어 중앙정치에의 예속, 포퓰리즘적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과다한 예산의 낭비, 주민간의 갈등 등 많은 폐해가 지적되고 있는 실정에서 지방자치의 본래의 취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모범적인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제도는 경기도가 이미 전도적으로 도입, 시행했어야 한다. 중앙정부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와 같이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참 일꾼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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