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다룬 영화 중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9)가 첫 대형히트작으로 꼽힌다. <쉬리>는 CTX라는 신소재 액체폭탄을 둘러싼 남측의 OP요원과 북측의 제8군단 조직 간의 대결을 그렸다. 남북 간 특수한 관계인 만큼 인물들은 서로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쉬리>는 이같은 상황에서 인물들이 갖는 감정을 세련되게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불린다.
2000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은 남북 간 대립하는 관계속 인간애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당시 최고 스타인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등이 출연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에서 북한 초소병 정우진 전사(신하균)가 총상을 입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북한은 남한의 기습테러공격으로, 남한은 북한의 납치설로 각각 엇갈린 주장을 하고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스위스군 장교인 소피 장 소령(이영애)이 중립국 감독위원회 수사관 자격으로 판문점에 온다. 사건 속 서로를 감싸기 위한 남과 북의 군인들의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 대적해야 하는 남과 북의 관계이지만 그속에 생기는 우정을 부각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2005년 개봉해 많은 패러디를 생산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남녀노소에게 어필한 작품이다. 한 산골 마을을 중심으로 한국전쟁을 그려낸 영화다. 극 중 대사와 인물은 화제가 돼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지난 1950년 11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연합군 병사 스미스, 인민군, 국군 등이 우연히 동막골에 들어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들은 처음에 경계하고 대치하지만 결국에는 마음을 열고 힘을 모으게 된다. 결국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연합 공동 작전을 벌인다. 당시 한 병사의 “우리도 연합군이죠”라는 대사는 가슴 찡한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적셨다.
최근에는 남북 관계를 진지하고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탄탄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많은 관객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코미디 영화처럼 풀어내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가정을 세우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강철비>다.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는 장설수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 젊은 배우를 기용하고 남북 분단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호평받았다.
북한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한(김수현)은 조국통일을 위해 남한에 들어온다. 달동네 바보 역할을 맡아 달동네 사람들과 어울린다. 특별한 작전 없이 살아가던 원류한은 뜻밖의 임무를 받는다. 리해랑(박기웅), 리해진(이현우)과 만나며 싸움을 준비하게 된다.
지난해 개봉한 <강철비>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양우석 감독의 웹툰이 원작이다. 영화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다. 쿠데타 발생 직후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게 남한에 온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은 계엄령을 내린다.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북한 1호에게 접근한다. 한반도 핵무기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고군분투를 긴장감 있게 다뤘다. 영화계 정상급 배우 정우성과 곽도원과 함께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등이 출연했다.
변화하는 남북관계만큼 이를 다룬 영화도 세월에 따라 달라져왔다. 앞으로 영화계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바라볼지 관심을 모은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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