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유격수와 3루 자리를 번갈아 맡았던 심우준과 정현은 kt 내야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군 제대 이후 첫 복귀 시즌을 치른 정현은 지난해 124경기에서 타율 0.300, 6홈런, 42타점, 45득점, 4도루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심우준도 지난해 8월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기 전까지 103경기에 나서 타율 0.287, 4홈런, 26타점, 38득점, 18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 후 전력보강에 나선 kt가 ‘거포 3루수’ 황재균을 FA로 영입하면서 수비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정현과 심우준의 유격수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 2월 약 한 달간 미국 애리조나, LA서 열린 스프링캠프 때까지만해도 탄탄한 수비에 정교한 타격을 갖춘 정현이 한발 앞서가는 듯 했다. 정현은 kt가 NC, 마이너리그 연합팀 등과 치른 9차례 평가전서 타율 0.462(26타수 12안타), 2홈런, 9타점, 5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2안타 중에는 홈런 2개, 2루타 2개, 3루타 1개로 장타가 부쩍 늘어 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돌입하면서 정현이 주춤하는 사이 이번에는 심우준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정현이 시범 6경기서 타율 0.105(19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다소 부진한 반면, 심우준은 무려 타율 0.471(17타수 8안타), 1홈런, 4타점, 6득점, 2도루로 공격 전반에 걸쳐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20일 SK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심우준은 ‘특급 좌완’ 김광현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심우준은 정현보다 스피드가 빠르고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 톱타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현은 올 시즌 리드오프 도전에 대해 “감독님이 맡겨만 주신다면 선두타자 자리도 자신있다.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두 자릿수 도루를 해낼 수 있다”라며 “또한 타석에서 더 많이 공을 지켜보면서 출루율을 높일 생각이다. 팀 공격의 선봉에 서서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심우준도 “최근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선구안도 좋아지고, 히팅 포인트에서 제대로 타격이 되고 있다. 좋은 타격감을 유지해서 정규 시즌에 발전된 모습 보이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심우준이 최근 좋은 성적을 보임에 따라 정현과 시즌 내내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둘 모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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