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가고 싶어요… 학생들 이유있는 항변
세월호 참사 그리고 4년… ‘안전’ 우선에 ‘소중한 추억’ 희생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의 추억을 돌려주세요!”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인천지역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청원이 올라왔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며 “매달 학생회 회의때 수학여행을 보내달라는 안건을 올리지만,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안건을 취소한다”고 했다. 이어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은 어른이 돼서도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 그런 추억조차 갖지 못한다”며 “다시 올 수 없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희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2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사라졌던 인천지역 중학교들의 수학여행이 4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부활하지 않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세월호 참사 때문만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중학교별 체험학습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학여행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학생들이 체감하는 이유 대부분은 ‘안전’ 때문이었다.
남동구 소재 A중학교에 재학중인 B군(15)은 “몇시간 떠나는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은 엄연히 다르고, 친구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며 “학교에서는 안전 때문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평구 소재 C중학교에 재학중인 D군 역시 “안전을 중시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안전은 철저한 준비 아래 지켜져야 할 부분이지 여행을 아예 차단하는 것은 우리들의 추억을 빼앗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내부적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도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해 추억을 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학교 책임자들이 이런 요구를 거절한다”며 “문제가 될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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