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프로배구 인천 대한항공이 후반기 들어 선두권 팀을 잇따라 꺾으면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공ㆍ수의 핵인 ‘토종거포’ 김학민과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의 부진으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잃고 13승11패, 4위(승점 35)로 전반기를 마쳤다. 레프트 신영수와 센터 진상헌이 컨디션 저하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한선수와 주포 가스파리니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라운드까지 부진이 계속되자 박기원 감독은 한선수에게 빠른 토스에 적응한 레프트들은 그대로 두고, 가스파리니만 지난해와 같은 토스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상황마다 공격수 입맛에 맞게 토스를 바꾸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팀 체질을 개선해 나간 대한항공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4일 후반기 첫 경기서 2위 대전 삼성화재를 3대0으로 완파해 기세를 올린 뒤 27일에는 7연승을 내달리던 선두 천안 현대캐피탈마저 셧아웃시켰다.
1, 2위 팀을 차례로 무너뜨린 대한항공은 후반기에만 승점 6을 쓸어담으며 승점 41로 2위 삼성화재(승점 49)와의 격차를 8로 좁혔다. 후반기들어 박 감독이 원하던 배구를 선수들이 코트에서 보여준 결과다.
우선 전반기 부상으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레프트 곽승석이 가세하면서 리시브가 안정을 찾았다. 또한 레프트 정지석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있으며, 센터 진상헌과 진성태의 속공 빈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무엇보다 한선수의 부활이 반갑다. 한선수는 최근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맞아 번뜩이는 토스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고 효율적인 볼배급으로 상대 허를 찔렀다. 한선수의 이상적인 볼 배분이 살아나자 올스타 브레이크 때 체력을 충전하고 돌아온 가스파리니의 공격도 불을 뿜고 있다.
최근 무서운 팀으로 거듭난 대한항공은 5라운드 남은 4경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2위도 넘볼 수 있게 됐다. 김학민마저 제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대한항공의 후반기 고공비행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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