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대형병원 상당수가 제연설비를 갖추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연기 질식사에 무방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인천시와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역 병원급 이상 127개 의료기관(종합병원 19개·병원 108개) 가운데 길병원과 인하대병원, 부평성모병원 등 종합병원 7개만 제연설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연설비는 높은 압력을 유지하게 해 연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아 준다. 집안 거실에서 불이 났을 때 계단실 쪽에서 높은 압력을 주면 연기가 못 가는 원리이다.
현행 건축법은 지하층이나 창이 없는 층에 한해 바닥면적이 1천㎡ 이상일 때만 제연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돼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 병원들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지역 19개 종합병원(병상수 150~1천400개)의 평균 병상수가 425개 규모인 상황에서 제연설비가 없는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밀양 세종병원보다 훨씬 큰 대형 참사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재 발생시 스스로 거동이 불가능한 입원 환자가 많은 중·대형 병원에 대해서는 제연설비 설치 의무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세종병원 참사를 보면 화재 인명피해 대다수는 연기 흡입으로 인한 질식”이라며 “병원은 입원실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제연설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병원급 이상이 법적 의무에 해당하지 않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은 환자들이 불이 나도 자력으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모든 병원 시설에 배연·제연설비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 인천소방본부와 함께 지역 병원·요양병원·요양원 등 461곳에 대한 긴급안전대책을 시행한다. 의료시설의 피난계획수립 등 안전관리실태, 주·야간 상주인원 근무실태 및 초기 대응능력, 피난 방화시설 유지관리 상태를 중점 점검한다. 또 응급 상황시 환자이송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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