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자연산 숯 둔갑… 안전 팽개친 돈벌이
건설 근로자들이 갈탄이나 숯을 피워놓고 콘크리트 양생작업을 하다가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해마다 발생하는 원인은 갈탄·숯 공급 업체와 안전 감독 기관의 안일한 안전의식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이 저렴한 갈탄을 비교적 안전하고 값이 비싼 숯으로 교묘하게 속여 팔면서 안전하다고 허위 광고를 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제재 규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건설업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숯이나 갈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위험 안전지침에 의해 콘크리트 양생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은 찰나의 순간 1차 질식 사고를 당한 데 이어, 쓰러진 동료를 구하고자 작업장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하는 2차 질식 사고로 번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갈탄·숯 공급 업체들이 이득을 취하기 위해 갈탄을 비교적 안전하고 값비싼 숯으로 둔갑시켜 판매,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석탄으로 분류되는 갈탄은 목탄인 숯보다 일산화탄소 배출이 심한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갈탄을 ‘자연산 숯’으로 표기, 숯으로 둔갑시켜 판매한다.
숯 보급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갈탄을 1㎏당 200원씩 들여와 판매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제안을 받기도 하는데, 위험성 때문에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일부 업체들은 저렴한 갈탄을 숯으로 속여 10배가 넘는 차익을 취하면서 안전한 것처럼 판매, 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갈탄으로 속인 숯을 판매할 때 일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도 ‘안전하다’고 허위·과장 광고해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달 전국 갈탄·숯 제조업체 8곳을 소집해 양생작업 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 재해 예방 간담회를 열고, 허위·과장 광고 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조치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갈탄을 숯으로 둔갑해 판매한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갈탄·숯에서 일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안전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건설현장이 문제라는 식의 답변을 내놔 안일한 안전의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갈탄을 숯처럼 표기해 속여 팔아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갈탄·숯의 질식 위험성을 알리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유제원ㆍ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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