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위탁 욕심 ‘편파 설문’

설문내용 위탁운영 장점만 나열 논란
“교육의 질 저하 위험성 뒷전 여론 호도”
해당초교 학부모·기존 강사 거센 반발

인천지역 일부 초등학교가 개인 방과후학교 강사와 진행했던 교육을 위탁업체로 전환하면서 학부모들에게 편파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시교육청과 방과후강사 인천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A초등학교는 방과후학교를 업체에 위탁 운영하겠다면서 학부모를 상대로 기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해당 설문지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요자 중심 맞춤형 프로그램 개설로 수요자의 만족도 향상’, ‘저렴한 수강료로 학부모 사교육비 경감’, ‘지도 강사의 전문성과 커리큘럼 체계성 보장에 따른 양질의 교육기회 제공’ 등 방과후학교 위탁에 대한 장점만 나열해놓았다.

 

B초교 역시 마찬가지다. ‘방과후 학교 문제점과 개선안’이라는 항목 아래 현행 강사들로 인한 어려움을 나열한 뒤 “교육 트랜드를 반영한 신설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한다”는 등 업체위탁 시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만을 담았다.

 

이 같은 내용의 설문지가 배포되자 A초교와 B초교 학부모와 기존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인천시교육청에 직접 민원을 제기해 “위탁업체가 방과후 강사에게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로 논란을 빚고 있고, 최저가 입찰제를 택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질 낮은 교육이 실시될 위험이 있는데 이런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방과후학교 강사들 역시 “위탁업체 운영에 따른 각종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편파적인 설문조사로 학부모를 호도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의 경우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하는 것인 만큼, 시교육청이 강력하게 제재할 근거는 없다”면서도 “편파적인 설문조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해당 학교 측에 민원 내용을 전달했다”고 했다.

 

A초교 관계자는 “이번 설문에서 사용한 설문지는 인근 학교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편파적으로 학부모를 호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B초교 관계자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입장을 밝히진 않겠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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