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거미손’ 양효진, 9년 연속 ‘블로킹 여왕’ 노리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 센터

▲ 현대건설 배구단 양효진.조태형기자
▲ 현대건설 배구단 양효진.조태형기자

“기록에 연연하기 보다는 코트에 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을 잃지 않는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여자 프로배구 수원 현대건설의 ‘거미손’ 양효진(28)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국내 최고의 센터다. 8시즌 연속으로 V리그 여자부서 블로킹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12일 현재 통산 블로킹도 969개로 역대 1위에 오르며, 754개로 2위인 정대영(36ㆍ한국도로공사)을 200여개 차이로 멀찌감치 따돌린 채 1천개 돌파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11일 용인시 마북동 연습구장에서 만난 양효진은 프로배구 최고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유쾌한 보통의 또래 여성과 다를게 없었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에 새로 오신 이도희 감독님과 함께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며 “사실 감독님과 잘 어울리기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그런게 전혀 없이 선수들이 감독님과 편안하게 지내며 즐기는 분위기다. 팀 분위기가 좋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 여자배구 블로킹의 새 역사를 써가고 있는 양효진은 올 시즌들어 지난해(세트당 0.84개 블로킹)에 비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기량(세트당 1개)으로 현대건설의 최강 높이를 이끌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양효진은 “올해부터 블로킹을 하기 전에 공격수들의 폼을 더 보게 된다. 상대 팀 공격수들이 순간적으로 떴을 때 행동을 보고 다음 공격을 예측하게 됐다”고 밝힌 뒤 “선배인 (김)세영 언니에게 그런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듣는다. 평소 자기 관리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모범적이고 배울게 많은 분”이라고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또 이번 시즌 최고 세터로 거듭난 후배 이다영(21)을 언급하며 “내가 대표팀을 갔다오는 사이 다영이 실력이 너무 빨리 늘어서 놀랐다. 명세터 출신이신 감독님의 지도 덕분에 다영이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 같다. 노련한 세영 언니와 다영이, 나까지 앞선에서 셋의 호흡이 척척 잘 맞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양효진은 개인 기록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사실 지난해에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배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배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오프시즌에 한 달간 푹쉬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했다”고 털어놓은 뒤 “올 시즌부터 다시 배구가 너무 재미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코트에 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수생활 11년을 함께 한 수원은 태어나서 학창시절을 보낸 부산에 이어 내게 제2의 고향같은 곳이다. 지든 이기든 성원을 아끼지 않는 수원 팬들을 위해 코트에서 더 열정을 불사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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