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6년·벌금 3억… 진보·보수 내년 선거 채비 나서
학교이전 재배치 사업과 관련해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청연(63) 인천시교육감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인천시교육감이 현직에서 뇌물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아 교육감직을 잃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은 이 교육감에 대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명령한 추징금 4억2천만원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교육감은 3억원이 뇌물이 아니고, 뇌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1억2천만원 역시 선거를 위해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아니며 회계보고 누락도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보이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2014년 교육감선거 당시 선거홍보물 제작업자와 유세차량 임대업자에게 계약 체결을 빌미로 선거자금을 요구해 모두 1억2천만원을 받고 선거사무장이었던 A씨와 회계책임자인 이 교육감의 딸과 공모해 선거공보물 제작비용과 선거연락소장 인건비 등 9천100만원을 회계보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 교육감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인천시교육청 전 행정국장이었던 B씨 등과 짜고 지난해 문성학원 이전사업과 학교 신축 시공권 확보를 전제로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부사장으로부터 총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교육감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지역 교육계 수장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함에도 피고인의 행동으로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추락했다”며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 전부를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좋은 교육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고, 뇌물수수가 교육행정 자체를 그르치는 부정한 처사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징역 6년에 벌금 3억원, 4억2천만원 추징 명령으로 감형했다.
인천지역 교육계는 사상 초유의 현직 교육감 뇌물연루 실형 확정에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모임 인천지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인천의 학부모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한 교육감으로서 높은 도덕성과 깨끗한 청렴성을 지니고 인천 교육을 바르게 이끌며 본을 보여야 할 교육감이 중형을 선고받는 작금의 불행한 인천교육 현실에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교육감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선언한 것인 동시에 내년도 인천시교육감을 꿈꾸는 모든 후보들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라며 “인천시교육청은 이번 판결로 인천교육계가 공직기강해이나 교육행정 난맥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분발하면서 학교현장 지원에 매진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 교육감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내년 교육감 선거를 대비하던 진보·보수진영은 발 빠른 채비에 나섰다.
우선 보수진영 교육계 인사들로 이뤄진 ‘바른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단’은 지난달 출범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단은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보수 성향 후보들과 1차 접촉을 갖고, 그 중 보수진영 후보 4명과 함께 8일 회의를 통해 단일후보 선출 방법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전교조 출신 진보교육감으로 깨끗한 인천교육을 표방해왔던 이 교육감이 불명예 낙마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보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는 혁신 교육에 대한 기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올해가 가기 전 가칭 ‘교육자치 시민 모임’을 출범해 진보진영 단일 후보를 내놓을 계획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이후 1·2대 교육감이 모두 뇌물수수로 실형을 받게 되면서 이번 선거의 핵심은 청렴성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지역 한 교육계 관계자는 “보수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 모두 뇌물수수로 구속된 상황에서 더 이상 진보냐 보수냐 하는 프레임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결국 이번 교육감 선거를 가르는 핵심은 누가 더 청렴한 교육감으로 상처받은 인천교육을 수습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영민·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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