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이었습니다. 날씨가 어두워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배가 다가와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날 영흥도 낚싯배 선창 1호에 탔던 S씨(38)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S씨는 이날 동생과 함께 낚시를 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낚싯배를 예약했다. S씨에 따르면 보통은 낚싯배가 원거리를 운항하지만, 이날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근거리 해안에서 낚시하기로 한 상태였다. 일부 낚시객들은 어선 안에 마련된 방 안에 들어가 바람을 피하거나 눈을 붙였다. S씨 일행은 방 안에 머물 곳이 마땅치 않자 배 뒤편 갑판으로 향했다.
배가 출발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어둠 속에 무언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동생 S씨(36)는 “당시 어두워 별다른 게 보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꼈고 앞쪽 갑판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배가 부딪친 뒤 순식간에 물에 휩쓸려 들어갔다”며 “물속에 깊이 빠진 후, 차고 있던 구명조끼 덕분에 물 위로 올라왔다”고 했다. S씨 형제와 지인은 스티로폼 조각을 발견해 몸을 의지했다. 이들은 급유선에서 던진 그물망 덕에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부상자만 옮겨진 길병원은 가족들 역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사망자가 이송된 시화병원은 달랐다.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사망자들이 안치된 시흥시 정왕동 시화병원. 사랑하는 가족의 사고 소식을 들은 유족들이 장례식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유족은 가족의 사망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병원으로 들어섰다. 병원으로부터 사망자 명단을 확인하고서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유족도 있었다.
특히 혼자 낚시를 갔다가 사고를 당한 K씨(50)의 유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K씨의 사촌 동생인 B씨(46)는 “주말마다 혼자 영흥도를 찾을 정도로 낚시를 좋아했다”며 “낚시를 올 때마다 항상 우리 집을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갈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지난주에 본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었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아울러 일부 유족들은 지나가는 해경 관계자를 붙잡아 사고 경위를 묻거나 자신의 가족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는지 등을 묻느라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특히 직업군인 신분으로 낚시를 갔다 변을 당한 Y씨(47)의 유족은 병원을 잘못 찾는 바람에 사망 확인에 애를 먹었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다 끝내 Y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한 유족은 “군인이 왜 죽냐. 나보고 걱정하지 말라더니 군인이 어떻게 죽냐”고 목 놓아 이름을 부르다 휘청거리는 등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Y씨 유족은 시신이 안치된 고대안산병원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김경희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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