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경기단상] 요즈마는 없다
오피니언 경기단상

[경기단상] 요즈마는 없다

강득구.jpg
‘요즈마(Yozma)’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창의, 독창, 창업’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정부주도 창업펀드의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바로 이 ‘요즈마’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창업지원시스템을 살펴보고 관련기관들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방문하게 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요즈마펀드는 투자자금 회수율이 48%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 주도로 어떻게 이런 성공적인 창업지원 펀드 운용이 가능했을까.

 

이번 방문 일정 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눈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모두가 요즈마 펀드의 배경으로 구소련의 붕괴를 언급했다. 구소련의 붕괴로 이스라엘로 쏟아져 들어온 구소련 지역의 유태인 과학자들,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가졌으면서도 이스라엘 사회에 동화되지 못해 사회문제가 되었던 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요즈마펀드가 시작됐다는 이야기였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해서 2000년대 중반까지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요즈마펀드의 성공은 상업화할만한 높은 수준의 구소련 과학기술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태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창업지원시스템의 모범으로 이 ‘요즈마’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막상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에는 이제 ‘요즈마’가 없었다.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던 1990년대의 요즈마 시대를 지나, 바로 이 요즈마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결과물 위에서 이미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 있었다. 우리가 만난 이스라엘 창업전문가들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네이션’이라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990년대에 성공의 신화를 남겼던 1세대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스타트업’으로 부를 수 없을 만큼 성장하였고, 그동안 축적된 풍부한 경험, 기업가정신, 산학협력으로 무장된 강력한 민간주도의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생태계는 이스라엘의 혁신적인 기술을 원하는 다국적 기업들과 다국적 펀드라는 풍부한 파트너들과 결합돼 이스라엘 창업생태계의 새로운 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1990년 정부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던 창업생태계는 이제 정부의 역할이 최소화되고 민간과 글로벌 파트너들에 의해 주도되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스라엘을 기술창업의 강국이 되도록 만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대인 고유의 교육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정 내에서부터 ‘하부르타’라는, 끝없이 대화하고 질문하는 유태인 특유의 교육방법과 ‘후츠파’라고 부르는 유태인만의 도전정신을 갖고 있다. 대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예의 없는 태도’로 여겨질 만큼 이스라엘 사람들의 태도는 도전적이다.

 

그리고 전세계 특히 미국의 재계를 좌우하고 있는 유태인 네크워크가 이들에게는 있으며, 18세가 되면 남녀 모두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국방기술조차도 이스라엘이 전세계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범이 되는 데에 복합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절박함과 부족함을 빼놓을 수가 없다. 기후적인 요인이나 주변국들과의 관계 때문에 먹을 물도 넉넉하지 않은 이스라엘은 물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했고, 물 재활용률이 70%에 이른다. 기술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창업지원제도’라는 말보다는 ‘에코시스템(eco system)’, 즉 ‘생태계’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데, 이스라엘의 상황이 정말 딱 그렇다.

 

우리가 만난 이스라엘 창업생태계 관련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했다. 스마트 모빌리티나 네트워크 보안과 같은 특별한 영역에서의 협력, 이스라엘 기술기업과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와 한국의 창업생태계와의 협력까지, 다양한 형태의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민간과 사람 중심으로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혁신창업 국가를 실현하겠다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주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관련 전문가들은 하이테크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와 전체적인 생태 환경 조성으로 정부의 역할이 한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창업이 정부지원자금에 주로 의존해왔고, 기술창업의 비중이 낮았던데 비해서, 정부가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창업생태계 조성 방안은 이스라엘의 민간주도 스타트업 에코시스템과 기본적인 방향이 닮아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는 것이 우리의 부족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넘어서 우리의 기술 스타트업들을 글로벌 시장의 스타벤처로, 유니콘기업으로 만들어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강득구 경기도 연정부지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