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50곳 휴업… 일부 수업 재개
옹진 등 섬지역 수험생 큰 불편
시험지 24시간 철통감시 돌입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인천지역 교육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15일 밤 교육부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강진으로 수험생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 수능 시험일을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했다. 주말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대학별 논술고사와 면접시험과 수능시험 이후 이의신청 및 정답확정 일정도 일주일씩 미뤘다.
지난 1993년 수능이 시작된 이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수능이 미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능 연기로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시험지를 보관하고 있는 인천시교육청이다.
시교육청은 수능 연기가 결정된 뒤 경찰 2명과 교육청 관계자 2명 등 4명이 1조를 이뤄 4시간에 한번씩 순환근무를 하며 24시간 내내 시험지 유출을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혹시 모를 유출 시도를 막기 위해 기동대 등 경찰 인력도 긴급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관할 지구대와 파출소는 2시간에 1번씩 시교육청 주변을 순찰하며 의심스러운 동향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한다.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었던 인천지역 학교 50곳은 시교육청 지시에 따라 이날 모두 휴업한 상태다. 이 외 일부 학교들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재개했고, 일부는 아이들의 안정을 위해 휴업을 결정했다.
인천의 한 학교 고3 담임교사는 “수능 전날 아이들이 참고서를 전량 폐기한 상태인데, 갑자기 이런 결정이 나와서 혼란스럽다”며 “포항지역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주일 동안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인천 섬 지역인 강화·옹진군의 대청, 덕적·백령·서도, 연평고 학생들의 혼란은 더욱 크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인천으로 원정을 왔다가 갑작스레 연기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백령고 3학년 학생 28명은 수능을 사흘 앞둔 13일 단체로 인천으로 왔다가 시험 취소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배를 이용해 다시 백령도로 돌아갔다.
학생들은 인솔한 김용범 백령고 교사(46)는 “주말에 대학교 면접을 앞둔 학생 14명이 인천에 남았는데, 갑자기 면접까지 일주일 연기가 되는 바람에 혼란이 커 내부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백령도로 복귀한 학생들은 배로 4시간 거리의 먼길을 와서 따로 수업을 하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시험지 유출을 막아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혼란스럽겠지만 동요하지 말고 차분히 수능을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