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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칼럼] 과거정치와 미래정치
오피니언 김영래 칼럼

[김영래 칼럼] 과거정치와 미래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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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정치를 보면 22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말한 한국정치에 대한 평가가 새삼 떠오른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4월13일 베이징의 국빈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나라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을 하여 한국정치에 대하여 기업인으로서 겪은 불만 토로와 더불어 따끔한 충고를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 정치가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한국정치가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1류기업은 못되었지만 행정 정도의 3류라도 되었는지. 물론 한국은 그동안 3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와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하여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로 발전했다.

과거정치 프레임에 얽매인 정치권

그러나 최근 수개월 동안 전개되고 있는 한국정치를 보면 아직도 후진적인 요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정권교체는 되었지만 정치권은 촛불민심이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 소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크다. 또한 국민들은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과거정치에 집착, 희망적인 미래정치를 팽개치고 있어 누적된 피로감으로 덮인 피로사회가 되고 있다.

 

과거정치로의 회귀는 생산적이고 희망적인 정치가 되지 못한다. 물론 잘못된 과거의 정치관행이나 적폐는 청산되어야 밝은 희망적 미래를 지향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정권은 권력을 잡으면 항상 적폐청산, 구태청산을 외쳤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때로는 ‘한(恨)풀이’ 보복정치의 연속이었다.

 

과거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는 우선 국회의 의정행태다. 국회는 여야정당이 서로 여야의 위치만 이동했을 뿐, 여야정당의 행태는 과거정치의 판박이다. 청문회에서 고위공직후보자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여당은 후보자를 감싸는데 급급하고, 야당은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다. 어떻게 여야의 위치와 언행이 그렇게 정반대로 변했는지 정치인들 스스로 고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정당의 이합집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현재 여야 정당은 당명만을 놓고 본다면 주요 정당들은 창당된 지 불과 1년도 되지 못하고 있다. 창당 1주년도 안된 상황에서 이합집산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또한 일부 정치인들은 명분도 없이 내년 선거만을 의식, 탈당과 복당의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밀가루식의 정당운영을 가지고 정당정치의 제도화를 말할 수 있는가.

 

역사학자 E.H.카(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의 경험과 지혜가 미래를 결정할 우리에게 중요한 자료로 인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과거에 집착하라는 것은 아니다. 즉 과거의 잘못된 정치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미래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희망의 미래정치 펼쳐야

적폐청산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는 공히 ‘구(舊)적폐’, ‘신(新)적폐’하면서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서로 이전투구만을 하고 있다. 적폐와 과거에만 집착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피아(彼我)의 구별뿐이다.

 

적과 동지의 구별만 하는 정치를 해서는 국민통합, 협치의 정치를 할 수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27년의 감옥살이를 했음에도 그를 고문하고 흑인을 탄압했던 백인경찰관은 물론 반대정치세력에게 사면령을 내리는 대통합의 포용정치를 통해 오히려 백인지배의 과거정치를 청산했다.

 

미래정치는 이전투구의 구태정치가 아닌 국민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는 통합과 신뢰의 정치를 의미한다. 조선조의 정치도 한풀이의 과거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론분열과 국력쇠퇴로 인해 임진왜란과 같은 외침을 당했다. 이제 우리도 과거정치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협치를 통해 국민에게 밝은 희망을 주는 미래정치를 펼치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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