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불법 반출 美군수품’ 허술한 관리 도마위

고물상으로 간 ‘반출불가 탄피’ ‘군사 작전용 차량’ 도심에 버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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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시 공도읍의 한 고물상에서 업자가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K-55)에서 반출한 개인화기 및 박격포 탄피가 압축된 3t가량의 신주 덩어리를 내리고 있다.
평택 미군부대에서 군수 물품인 탄피 등이 민간인을 통해 고물상 등으로 넘어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미군부대를 제 집처럼 오가며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나타나 허술한 미 군수품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주한미군이 폐기물로 처리한 차량들도 국내 번호판을 달고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차량으로 둔갑해 도심 곳곳을 버젓이 누비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차량 중에는 군사 작전용 차량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원칙적으로 군사 작전용 차량의 경우 원형 그대로 외부로 반출되는 것이 불가능해 주한미군과의 유착 의혹까지 일었다. 

더욱이 차량 세탁 과정에서 관세를 비롯한 세금 관련 탈루 의혹까지 제기됐다. 상당수 차량들이 고철로 나오는 탓에 관세를 내지 않은 것은 물론 중간 매매 과정에서 다운계약서가 작성됐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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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 포승읍 평택·당진항 자유무역지역 내 한 물류센터에 경북 김천재산처리처(DAL)에서 반출해 세탁 과정을 거친 군용 트럭들이 판매(수출)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이 같은 불법반출은 주한미군의 부실한 폐기물처리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 내에는 폐기물처리시설이 전무해 불법반출이 공공연히 이뤄질 수밖에 없는 데다 외부 업체에 폐기물 처리를 위탁하고도 관리·감독이 안되는 등 주한미군의 무관심이 군용품 불법 반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아울러 일부 고물상 업자들이 주장한 미군 전투기 반출 역시 사실로 확인됐다. 평택지역 고물상 업자들은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전투기들이 엔진과 배터리, 전기 배선 등이 포함된 원형 상태 그대로 반출돼 용인 처인구 남사면 남사초등학교 인근 공터와 평택 도일동 등지에서 해체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측은 “워낙 오래된 사안이라 자료를 확인한 뒤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입장 표명을 미뤄오다 최근에야 이메일을 통해 “2013년 8월, A-10 전투기 3대가 고철로 반출된 사실을 내부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A-10 전투기는 한반도 상공을 지키는 주력 기종으로, 불법반출이 이뤄질 경우 한반도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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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시 공도읍의 한 민간 고물상에 평택 오산미공군기지(K-55)에서 반출된 개인화기 및 박격포 탄피를 압축시킨 신주 덩어리가 쌓여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과 세관도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군용품의 불법 반출 경로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평택경찰서는 본보 보도 이후 주한미군은 물론 차량 판매업자, 고물상 관계자, 중간 연결책 등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주한미군에서 폐기 처리돼 고철로 나온 차량들이 일련의 세탁 과정을 거쳐 정상적인 차량으로 둔갑,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대에 거래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현재 경찰은 이같이 세탁된 차량들의 명의자가 하루에도 2~3차례 변경된 점 등을 확인하고, 차량 거래 내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평택세관도 관세청에 신고 후 반출돼야 하는 탄피 등에 대해 유출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한미군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인 상황”이라며 “국가 안보와 관련된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탄피는 물론 차량 등 군용품들의 불법 반출 정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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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김천시 남면의 한 민간 고물상 인근 나대지에 김천재산처리처(DAL)에서 원형 그대로 반출된 소형전술차를 비롯한 각종 군사 작전용 차량과 컨테이너 등 군수품들이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

글_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사진_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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