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하대 교학부총장 인터뷰>
“다른 나라 지방은 손발이 자유로워 마음껏 뛰어다니는데, 대한민국은 헌법이 지방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다.”
현 우리나라 지방분권에 대한 이기우 인하대 교학부총장의 평가다.
이 부총장은 지방분권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지방자치법 전문가이자 학자이다.
그는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서 소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이기우 부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를 맡고 있는데, 내년 개헌 논의의 핵심은?
=권력이 너무 중앙에 집중돼 있어 이것을 지방에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행복이 증진될 수 있다.
다음 개헌에서 핵심 과제는 직접민주주의를 통한 국민주권 회복과 지방분권이라 본다.
대통령선거 당시 5당의 후보자들과 지방의 법률제정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지방선거 때까지 개헌을 하는 것으로 국민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미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본다.
▶지방자치법 전문가로 꼽히는데 지방분권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산업화 과정에선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가 도움이 됐다.
당시에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서 발전모델을 설정하고 전 지방을 동원시키는 체제가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정보화사회이고 우리 사회도 많이 발전했다.
산업사회처럼 중앙정부가 일사분란하게 전국을 끌고 가는 게 오히려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발전된 선진국들을 보면 대부분 지방분권이 갖춰진 나라들이다.
중앙정부가 지역발전계획을 세워 지방에 적용해도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예산만 낭비하고 지방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앞으로는 지방 스스로 나서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정답을 찾아내야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방이 지역발전의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권한 중에 핵심적인 게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입법권이다.
▶선진국 지방자치제도에 비교했을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선진국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방의 문제는 자신들 스스로 해결한다는 자치의식이 굉장히 강하다.
반면, 우리는 지방에 문제가 생기면 중앙에 읍소해서 해결을 하려고 한다.
이번 헌법 개정에서 중요한 게 지방의 문제를 주민과 더불어 해결하도록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지금 중앙정부에선 지방을 마치 판단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 취급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시키지 않은 일을 하면 전부 다 못하게 막는다.
다른 나라의 지방들은 요즘 세계화 시대에 지방과 지방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대한민국은 헌법이 지방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다.
중앙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게 바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말이다.
시키는 일만 하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은 다루기는 쉽지만 발전가능성은 없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지방의 손발을 풀어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이번 헌법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지자체 세원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지방세원을 보면 재산세나 취득세 같은 것들이다.
금액이 큰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중앙정부 법인세와 지방정부 법인세로 구분돼 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돼야 공장이나 기업을 유치해서 지역이 발전하면 경제발전의 혜택이 다시 지방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에서 세금을 가져가버리는 구조이다.
자식이 취업해서 월급을 받았는데 부모가 다 가져가고 용돈을 조금씩 주면 자식이 일할 의욕이 생기겠는가?
이제는 지방이 어떤 세금을 매길 것인지, 세율은 얼마로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이 과세권을 갖는다는 것은 지방경제의 사활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문제이다.
▶지방자치 관련 헌법이 개정되면 인천은 어떠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보는지?
=인천은 굉장히 젊은 도시이다.
젊다는 것은 희망적이란 의미이다.
그리고 인천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헌법에서 보장해주고, 경제관련 주요정책을 인천에서 정할 수 있다면 인천은 다른 도시와 비교해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이 지금 발전하지 못한 것은 손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교통입지, 인구구성, 산업생태계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지역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주민참여가 활성화된다면 다른 외국도시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교학부총장 맡으면서 외부 업무와 겹쳐 업무진행이 어려울 텐데?
=7월부터 교학부총장을 맡고 있는데 외부 일이 바빠 처음에는 사양을 했다.
하지만 학교를 위해 봉사를 해달란 요청이 있어 7월부터 맡게 됐다.
그때부터 대외활동을 많이 줄이고 학교일에 전념해왔다.
부총장을 맡으면서도 국민주권과 지방분권 문제 등은 평생을 해 온 일이라 완전히 손을 끊기는 어려웠다.
부총장으로 계속 있으면서 학교내부 활동을 하는 것보단, 학술활동과 함께 지방분권 활동 등 외부활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나 사회발전에 기여도가 클 것으로 본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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