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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칼럼] 판문점은 응답하라
오피니언 김영래 칼럼

[김영래 칼럼] 판문점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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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은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에 위치한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취락지역으로 널문리라고 한다. 8ㆍ15광복 이전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어룡리였으나, 지금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곳에서 조인되면서 명칭은 UN측과 북한 측의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으로 불리고 있다. 휴전선 내 유일한 유엔ㆍ북한 공동경비지역으로서 남ㆍ북한의 행정관할권 밖에 있는 불가침의 지역이다.

 

판문점은 남북분단과 동족비극의 상징이며 동시에 산교육장이다. 6ㆍ25전쟁 이전만 해도 초가집 몇 채만 있는 이름 없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1951년 10월 25일 이곳에서 휴전회담이 열리면서 세계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같은 해 8월부터 9월 초까지의 포로교환이 이곳에서 이루어졌고 판문점 서쪽 사천내에 놓여 있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부근에는 1976년 8월 18일 북한 경비군에 의한 도끼만행사건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공동경비구역인 판문점을 기점으로 남쪽에는 평화의 집이 있으며, 북쪽에는 판문각이 있다. 과거 남북적십자회담이 개최될 때 남북대표단이 각각 평화의 집과 판문각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또는 회담을 하기도 했다. 판문점 남쪽과 북쪽에는 우리나라 최고 100m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와 세계 최고 160m에 걸린 인공기가 군사분계선 양쪽에서 나란히 펄럭이고 있어 분단의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판문점에서 남한 제외 휴전협정 체결

앞으로 이틀 후면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64주년이 되는 날이다. 휴전협정의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1952년 7월 개성에서 본회담이 시작되어 같은 해 10월 판문점으로 회담 장소를 옮겼으나 전쟁 포로 문제 등으로 인해 9개월 간 회담은 중지되었다. 그 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최종적으로 서명함으로써 협정이 체결되었으며, 또한 피비린내나는 6ㆍ25전쟁도 일단 정지되었다.

 

휴전협정으로 남북한은 휴전상태에 들어갔고,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이 설치되었다. 군사정전위원회가 판문점에 설치되고, 스위스ㆍ스웨덴 등으로 구성된 중립국감시위원단이 활동하고 있다. 1991년 3월 한국군 장성이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되고, 이듬해 4월과 12월에 북한과 중국이 각각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협정 조항은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때문에 남북한은 물론, 미국 등 이해 당사국 사이에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199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교전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ㆍ중국 대표들이 모여 4자회담을 열었으나 성과는 없었다. 북한은 정전협정 서명에 참가하지 않은 한국을 제외하고,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은 6ㆍ25전쟁의 주된 교전 당사국으로서 실질적인 평화협정 당사자라는 주장으로 맞섬으로써 이 문제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 남한 대화 제의에 무응답

남북한은 지난 2015년 12월 남북차관급 회담 이후 지금까지 어떤 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온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 핵폐기를 위한 미국과의 대북강경정책에 보조를 취하면서 동시에 대화의 통로도 열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전격 제안했으나,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

 

수년전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남북회담장에서 말없이 무덤덤하게 방문객들을 응시하고 있는 경비원 모습이 새삼 회상된다. 내달 중순 최전방 휴전선을 지켰던 전우들과 판문점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그때쯤에는 판문점이 응답하여 오는 10월 추석 때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이라도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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