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이름의 왕국] 상. ‘교장 비위’ 몸살

카드깡에·성희롱까지… 무소불위 횡포
학교 전권 쥐고 학부모·교사 안 가리고 막말에 갑질
학교운영위도 무용지물… 교육당국 징계처분도 허술

수장이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인천교육계가 일부 교장의 비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위 교장은 대부분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이 제기되면서 교육당국의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감사의 한계를 운운하며 부실감사 의혹이 제기되거나, 감사가 이뤄져도 솜밤망이 처분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보는 3회에 걸쳐 ‘학교라는 이름의 왕국’에서 막강한 권한과 횡포를 부리는 비위 교장과 그에 대한 교육당국의 허술한 처분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올 초 인천시교육청은 인천 A초교 교장 B씨를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중징계 처분했다. B씨는 여교사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수차례 하고 교직원과 학교 계약업체 관계자, 학부모, 학생 등을 가리지 않고 ‘막말’과 ‘갑질’을 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중순께 같은 학교 교사들과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술 시중을 드는 여성과 술을 마시는 일명 ‘방석집’에서 술 마신 이야기를 하거나, “‘진달래 택시’라는 말을 아냐”며 “‘진짜 달래면 줄래? 택도 없다. 시XX아’라는 뜻이다”라는 말로 여교사에게 수치심을 줬다.

 

B씨는 학교 행사 무대에 오르려는 댄스부 학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탁구장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고는 “허락 없이 탁구장을 썼다”며 나가라고 큰소리를 치는가 하면 교원능력평가와 관련해 학부모단체장 앞에서 “비전문인인 학부모가 어떻게 전문인인 교사를 평가하느냐”는 등 학부모와 학생을 가리지 않고 막말을 했다.

 

시교육청은 최근 회식비를 카드깡한 것도 모자라, 허위 진술을 강요한 C초등학교 교장 D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처분했지만, 결과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D씨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69만5천980원의 예산을 부당하게 지출(카드깡)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지난 첫 번째 감사에서 교사들에게 회식비 ‘카드깡’과 관련해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회식에 참여했다고 진술하라”는 등 허위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E초등학교에서는 교장 F씨가 지난해 여름 폭염에도 특수학급 교실에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등 장애학생을 차별하고 교사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민원이 최근 국민신문고에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여름에 학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 가동 시간표를 만들어 각 학급에 배부했는데 특수학급은 시간표에 적혀있지 않았다. 특수학급 교사들이 항의했지만 행정실 직원은 “교장이 특수학급은 학생 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틀지 말라고 했다”고 답변만 되풀이 했다.

 

여성인 F씨가 남성 교사에게 성희롱하거나 폭언했다는 내용도 민원에 담겼다. 한 교사가 지난 4월 말 교장 지시로 테이블 등을 옮기느라 상체를 숙였는데 교장이 뒤에서 엉덩이를 치며 “이러니까 장가를 못 갔지. 여자들은 이런 거 싫어해”라고 말했다는 것.

 

인천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장은 사실상 학교와 학교를 인접한 커뮤니티안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라며 “학교와 관련된 전권을 가지고 있는 교장의 횡포를 제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학교에 내에 존재하지 않으며 거수기에 불과한 학교운영위원회도 사실상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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