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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관 칼럼] 장관의 조직장악력은 공무원과의 신뢰구축
오피니언 허성관 칼럼

[허성관 칼럼] 장관의 조직장악력은 공무원과의 신뢰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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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이 들어서고 장관 임명이 끝나간다. 장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사람이 장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임장관에게 이렇게 장관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드물다. 장관에 임명된 다음 이렇게 장관직을 수행하라고 연수시키지도 않는다. 

각자 알아서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먼저 장관한 사람들이 재임 중 고민했던 것, 부족하고 아쉬웠던 것,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었으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 지나고 나서 보니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중에서 절실하게 아쉬움이 남는 것들은 후임 장관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장관 취임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떻게 부처의 조직을 장악하느냐 하는 문제다. 조직 장악력이 소위 지도력(leadership)인데 경영학에 이와 관련된 여러 이론과 실례가 많지만 정부 조직에 원용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경영학은 본질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지만 정부는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가 장관이 되면 공무원은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장관의 조직 장악력을 우려한다.

 

조직 장악력이란 정말 애매하다. 그러나 조직 장악력의 구체적인 모습은 공무원들과 서로 얼마만큼 신뢰하면서 일해 나가느냐 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처 공무원들이 서로 굳게 신뢰하면 그만큼 조직이 장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뢰의 정도가 조직장악의 정도이다. 구성원이 신뢰하는 조직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역사가 주는 가르침이다. 신뢰를 구축하는 기본은 결국 소통이다. 말로만 하는 소통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는 소통이 필요하다.

 

신뢰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항상 언로(言路)가 열려 있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심중에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장관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장관은 항상 말을 아끼고 경청해야 한다. 쓴소리를 하는 경우에도 옳으면 칭찬하고 실천해야 한다. 직위가 높아지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정보가 많아 말이 많아지게 된다. 장관이 말이 많으면 부하 공무원들이 얘기할 기회가 없게 된다.

 

장관은 보람만 느끼고 공은 부하 직원들에게 돌려야만 신뢰가 형성된다. 보람과 공을 모두 차지하려 하면 누구도 믿고 따라주지 않는다. 공명심에 사로잡히면 장관이 이기적으로 보여 공무원들이 냉소한다. 사실 보람만 느끼고 공에 초연해지기는 인간으로서 쉽지 않다.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자신이 책임지지 않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돌리면 좋은 일이라도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한다.

 

공무원과 신뢰를 구축하는데는 장관의 심성과 사고도 대단히 중요하다. 장관이 사익을 추구하면 아무리 소통을 잘해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 사무사(思無邪)의 자세가 몸에 배도록 수양하는 기간이 장관 재임기간일 것이다.

 

장관이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해야만 공무원들이 신뢰하고 따른다. 과거지향적인 장관은 공무원들이 따르지 않는다. 과거지향적인 사람한테서는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인 사람만이 열정을 가지고 국가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인 혁신을 해 나갈 수 있다. 혁신은 오늘보다 내일 일을 더 잘하는 것이다. 혁신에서 공무원은 보람을 느낀다.

 

공무원들에게 인사는 최우선 관심사다. 신상필벌이 뚜렷하게 인사를 해야만 공무원들이 장관을 신뢰한다. 비록 장관이 되기 전에는 공무원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보였을 수 있지만 장관이 된 다음에는 공무원들을 전우로 대해야 한다.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공무원 본인이 보람을 느끼며 국가에 공헌하도록 해주는 것은 장관의 책무다.

이를 위해서는 장관이 사람을 알아보는 소위 지인(知人)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지인하는 능력은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옛 성현들의 말씀인 고전(古典)에서 길러진다. 지인하는 능력만큼 신뢰가 깊어진다.

 

이런 신뢰를 토대로 국정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개혁이고, 국익에 보탬이 될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허성관 前 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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