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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유공자 존경하는 사회가 되길
오피니언 6월 호국보훈의 달 특집기고

[기고] 국가유공자 존경하는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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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면 6ㆍ25전쟁과 함께 현충일 행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들이 고결한 희생 앞에 묵념하게 된다. 6ㆍ25전쟁이 이 땅에 남긴 피해는 막대하다.

남한에서만 민간인과 군인을 합쳐 50만 여명이 사망하고, 67만 여명이 부상당했다. 이 중 사망한 군인은 13만 여명, 부상당한 군인은 45만 여 명이다. 부상당한 군인 중 일부는 전쟁을 겪은 채로 오늘을 살고 있다.

 

6ㆍ25에 참전하여 부상당한 상이용사들은 평생 그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을 6ㆍ25 참전용사들도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전몰군경 유족들도 못지않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들이 있기에 군사분계선 이남에 오늘날의 평화와 번영이 있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전투에 참여하는 군인들 덕에 우리의 안위가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미국에는 군인을 예우하는 문화가 넓게 퍼져있다.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군 특공부대 소속인 앨버트 마를이라는 군인이 비행기에서 자신의 제복이 구겨질 것을 걱정해서, 승무원에게 제복을 옷장에 보관해 달라고 했다. 

승무원은 옷장에 옷을 보관하는 서비스는 일등석 승객에게만 제공된다며 거절했는데, 비행기 내 승객들이 이를 보고 크게 반발했다. 규정을 앞세워 군인을 예우하지 않은 데에 분노한 것이다. 한 일등석 승객은 자신의 자리를 이 군인에게 양보했다. 항공사는 사회적으로 크게 질타를 받아 사과문을 발표했다.

 

미국의 군인을 예우하는 문화는 자국을 위한 전쟁 군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전쟁 참전 모자를 쓴 노인에게 미국인들은 당연하게 경의를 표현한다. 대의를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고결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우리의 안위와 직결된 전쟁에 참가한 유공자나 군인들에게, 우리가 이 정도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현실은 버스를 무료로 타는 일조차 버스기사의 냉대를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국가유공자들이 부지기수이며, 부상을 입지 않은 참전유공자들은 그러한 혜택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참전 모자를 쓴 노인에게 처음 보는 이가 경의를 표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고 듣기 힘든 일이다.

 

나라에 목숨을 바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전쟁에서 상처를 입고 오늘을 사는 유공자들을 예우하는 일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 희생만큼 사회는 빚을 진 것이고, 그 빚은 함께 갚아나가야 할 빚인 것이다.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은 우리 사회가 희생한 사람을 대우한다는 좋은 문화를 만드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앨버트 마를 상사에게 일등석 승객이 자리를 양보한 일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지만 국가유공자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살아서 그 혜택을 입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진희 경기동부보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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