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화군 석모도 해명초교
체육활동 중 사고 잇따라… 주민·학교측 수차례 철거 요청
교육당국 “폐교 예정” 공사 미루다 본보 취재 후 교체 결정
11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 있는 해명초등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2000년대 초 전국적으로 인라인스케이트 붐이 일자, 섬 지역 학생들의 여가활동 보장을 위해 운동장 주변에 콘크리트로 트랙을 조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콘크리트 트랙이 마사토가 깔린 운동장보다 높아져, 체육 활동을 하거나, 방과 후 학교에서 놀이하던 학생들이 다치는 사고가 빈발했다.
결국, 학교 측은 지난 2015년 강화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해 해당 트랙을 우레탄으로 교체하려 했지만, 전국적으로 우레탄 트랙에 대한 발암물질 논란이 일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이듬해인 2016년 학교 측은 콘크리트 트랙을 철거하고 마사토를 깔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강화교육청은 감사원 감사를 핑계로 이를 묵살했다.
당시 강화교육청은 "폐교 예정학교에 시설물 공사를 하는 것 자체가 감사원 지적사항"이라며 "실제로 한 학교가 폐교 예정학교임에도 시설물 공사를 해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시교육청 학교설립기획과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당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이유는 해당 학교가 폐교 예정학교임에도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이 아닌 관사를 새로 지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학교설립기획과는 폐교 예정학교라고 하더라도 실제 폐교를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어서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된 시설은 무조건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도 보였다.
특히 해명초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은 콘크리트 트랙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이 각종 핑계를 대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답답해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십수 년째 콘크리트 트랙때문에 아이들이 다치는 등 안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 서명도 받았고 인천시의원에게 민원도 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 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결국 강화교육청은 올해초 콘크리트 트랙을 마사토로 교체키로 하고 사업비 8천100여만 원을 상급기관인 인천시교육청에 올렸다. 문제는 시교육청 교육시설과 역시 폐교 예정교에 시설공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처리하지 않고 미루다가 경기일보가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 취재에 들어가자 서둘러 공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생 안전과 관련된 사항을 외부 감사기관 핑계를 대며 미룬 관계 공무원의 태도도 문제지만, 수년간 민원을 제기했던 학교 측과 학부모보다 수장의 눈치를 더 보는 행정 처리가 도마위에 오르게 되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날(10일) 시교육청 교육시설과 시설기획팀 관계자가 해당 공사를 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이날 교육감 권한대행인 부교육감이 공사하라고 결정한 것을 두고도 교육시설과장은 “부교육감 결정 때문에 공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행정국장과 함께 이 문제를 고심하다가 뒤늦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해명초 문제는 학생들의 안전보다 감사기관이나 언론, 수장의 눈치를 보는 공무원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제대로 이 문제가 처리됐다면 콘크리트 트랙을 마사토로 교체하는 작업이 벌써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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