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유치경쟁 의정부지법·지검 도민 눈높이로 바라봐야

한 해 가기가 멀다 하고 우리 주변의 낡은 게 뜯어고쳐 지는 것을 보기 쉽다. 동사무소나 보건소 등 관공서나 학교는 물론 하다못해 길거리 보도블록 등이 조금이라도 낡아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해 보인다 싶으면 어느 순간 해결돼 있다. 이럴 때 보면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표를 던질 주민이 무섭긴 한가보다.

 

이와 달리 정치적 역학관계에 발목 묶여 오히려 허물어져 가는 도민 시설이 있다. 의정부지법·지검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983년 건립돼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낡은 청사인 이곳은 10여 년 전부터 신청사 이전 논의가 활발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낡은 수준을 가감 없이 보여줬던 사건도 벌어졌다. 얼마 전 검찰 조사를 받던 용의자가 수사관을 따돌리고 도주하며 일대가 혼란에 빠졌던 사건도 있었다. 당시 검찰이 호된 질타를 받았으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용의자는 낡은 건물 내 부서진 화장실 비상구로 도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자는 이 같은 현실을 기획 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경기북부 도민들이 향상된 법률 서비스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데도 앞으로 족히 10년은 개선이 어렵겠다고 느꼈다. 지역이기주의에 앞장서 자신의 지역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때문이다.

 

경기북부 정치인들은 330만 명이 이용하는 도민의 권리를 고려하기보다 이상하게 ‘뺏고 뺏긴다’ 식의 치킨게임으로 접근한다. 이전할 신청사 부지가 행정 편의상 나눠놓은 선거구를 놓고 우리 쪽에 있느냐 없느냐로 득실을 따진다. 시·군별 유치전쟁과 그 뒤편에는 해당 지역구 정치인들의 힘이 얼마나 있는지까지 계산한다.

 

팽팽한 줄다리기 속 피해자는 결국 의정부지법·지검을 찾는 도민이다. 도민은 청사를 가득 채운 1급 발암물질, 장애인 편의시설조차 설치할 수 없는 군사독재시대의 후진 유물을 기약도 없이 계속 이용해야 한다.

 

검찰 조사부터 법정에서 판결 선고까지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모골송연한지를 일부 경기북부 정치인들은 직접 경험해 잘 알지 않을까? 법원·검찰 이전문제는 정치논리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 소송 때마다 불안함에 떠는 도민들은 질 높은 법률 서비스받을 권리가 있다. 도민의 눈높이를 맞춰볼 때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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