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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칼럼] 협상의 달인, 트럼프와 한국외교의 과제
오피니언 김영래 칼럼

[김영래 칼럼] 협상의 달인, 트럼프와 한국외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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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전후해 비즈니스맨의 본색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협상의 달인답게 각종 흥미위주의 뉴스거리를 양산, 매스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아 뉴욕타임즈와 같은 유력 언론의 예측과는 달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의 이와 같은 선거운동방식은 오랜 기간 비즈니스맨으로 사업 현장에서 체험한 협상의 기술을 정치에 적용, 성공했다. 트럼프는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에서 열한 가지의 거래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중 가장 관심있는 것이 ‘언론을 이용하라’와 ‘지렛대를 사용하라’의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과 지렛대 사용의 두 가지 원칙은 상호 분리된 것이 아니고 동전의 양면과 같이 밀접하게 상호 연결된 것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이런 거래의 원칙을 적용, 재미를 본 트럼프가 미국의 외교정책, 특히 대(對)한반도 정책추진 과정에서 적용하고 있어 한국외교가 딜레마에 빠져있다.

 

기습적인 사드배치 비용 청구

트럼프는 사업에서 상대방과의 협상 시 우선 예기치 못한 강력한 엄포를 내놓아 위기조성을 만든 다음, 협상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거래의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는 상대방과 갈등 상황에 부닥치면 먼저 협상의 지렛대로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엄포를 놓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위기를 조성한 뒤에 협상에서 자신의 실리를 챙기는 방식이다.

 

이런 협상 방식을 지난주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 간 최종 합의가 끝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기습적으로 내놓아 한국을 당황하게 했다. 사드 비용 부담 언급에 더하여 국가 간 협약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아예 폐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했으니, 이는 한국에 대한 강력한 엄포이다.

 

사드와 FTA문제는 한미 간의 안보와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때문에 한미동맹의 기본정신을 염두에 둔다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3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사드 비용을 미군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이후 또 자신의 말을 뒤집고 있어 믿을 수 없다. 트럼프 정부의 황당한 발언행태는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너무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고차원의 협상 전략을 미국 외교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상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30일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 집회에서 각 교역 대상국,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고, 백악관에 무역정책국을 상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서 재삼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방위비 부담금 증액 협상 선점 전략

‘미국 우선주의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는 여하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국방비 절감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기습적인 사드 비용 10억 달러 청구와 FTA 폐기 엄포는 사드와 FTA라는 지렛대를 이용, 한국과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사전 포석일 수 있다.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는 그의 저서 첫 장에서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끼며, 거래는 자신에게 하나의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며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인 트럼프에게 협상은 재미있는 예술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정부와 대선 후보들은 트럼프의 협상전략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된다. 이제 한미동맹이라는 수사만 가지고 해결할 시대는 지났다. ‘손자병법’에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병술을 적용, 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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