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토종 선발투수 최고 활약 불구 시즌 2패 부진
올 시즌 탄탄한 선발진을 정착시키며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진욱 kt wiz 감독이 우완 선발투수인 ‘주권 딜레마’에 빠졌다.
돈 로치와 라이언 피어밴드, 정대현, 고영표까지 4명의 선발투수 모두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2실점 이하로 호투해 승리를 따내고 있지만 오직 주권 만이 두 경기에서 8.1이닝, 11실점, 방어율 11.88로 무너져 지난 11일까지 팀의 2패를 혼자 떠안았다. kt의 토종 에이스로 올 시즌 가장 기대를 모았던 투수였기에 김진욱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주권은 구단 사상 첫 완봉승을 거두는 등 촉망받는 에이스로 성장을 거듭했다. 2016시즌 28경기에 등판해 134이닝, 6승8패, 방어율 5.10, 탈삼진 63개를 기록한 주권은 크게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kt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주권은 스프링캠프에서의 평가전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위기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안정감 있는 투구로 올 시즌 kt의 토종선수 첫 10승 이상을 기대케 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중국대표로 참가, 지난 3월9일 호주전에 선발로 등판해 3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또한 시범경기 첫 출격인 지난달 17일 KIA전에서도 5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3월 2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날 주권은 넥센 타자들에게 16안타(3홈런 포함)를 맞고 15점을 내주며 난타를 당해 KBO 한 경기 개인 최다실점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불안감 속에 등판한 지난 4일 정규리그 두산과의 홈 개막전에서도 4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팀의 시즌 첫 패전투수가 됐다. 기록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매 이닝 위기를 힘겹게 넘겨 우려를 낳았다.
결국 11일 경기에서도 ‘고척돔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 불붙은 넥센 타선을 막지 못해 4.1이닝동안 10피안타(2홈런 포함), 9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43㎞를 찍었지만 대부분 130㎞대 중후반에 그쳤고, 공이 높게 몰려 난타를 당했다. 직구 구속과 볼 끝에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변화구 승부를 택했으나, 넥센 타자들은 120㎞대 밋밋한 변화구를 쉽게 받아쳤다.
문제는 주권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올 겨울 WBC 참가 여파 등으로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탓에 투구 매커니즘이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전자라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후자일 경우 선발로테이션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믿고 맡긴 선수에게는 꾸준히 기회를 제공하는 김진욱 감독의 특성상 당장 선발진에서 빠질 확률은 적지만 부진이 길어질 경우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거나, 2군에 내려 회복할 시간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수 출신인 김진욱 감독이 ‘아픈 손가락’인 주권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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