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아버지는 그렇지 않은데, 아들은 굉장히 불안해하고 또 불평했다.“아버지, 우린 죽을 거예요. 음식과 물이 바닥났는데 어떻게 하지요?”
“얘야, 우리가 죽긴 왜 죽어? 안 죽어.”
“아버지, 사막에서 길을 잃었는데 어떻게 안 죽어요?”
“사막에서는 늘 모래 바람이 불어. 그래서 길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수 있어. 나는 이 사막을 여러 번 다녔고, 길을 잃은 적도 있었어. 길을 잃으면 그때마다 동쪽으로 걸었어. 너, 오늘 아침에 우리가 걷는 방향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았지? 우리는 계속해서 동쪽으로 걸었던 거야. 지금 우리는 동쪽 끝에 거의 다 왔어.”
“아버지, 난 아버지가 거짓말하시는 거 알아요. 어제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런데 끝이 어디 있어요? 이제 우리는 죽을 거예요.”
나이 많은 아버지는 아들을 달래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걸었다. 얼마쯤 걷다가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저기를 보세요.”아버지가 아들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거기에는 작은 무덤이 있고 무덤 앞에는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무덤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이 무덤을 보세요. 이 사람도 우리처럼 사막에서 길을 잃고 목이 말라서 죽었을 거예요. 아버지, 우리가 죽으면 누가 우리 죽음을 엄마에게 이야기해 주지요? 그리고 동생들과 엄마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요?”
그때 아버지가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 “얘야, 이제 우리는 살았어.”
“뭐라고요? 살았다고요? 물도 다 떨어지고 사막에서 길을 잃었는데 어떻게 살아요?”
“네 말대로 이 무덤 안에 있는 사람이 길을 잃고 목이 말라서 죽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무덤을 파고 들어가서 죽었겠니? 나무로 십자가까지 만들어서 무덤 앞에 꽂아 두고 말이야. 아니잖아. 누가 묻어준 것이 맞아. 만약 동행하던 사람이 묻어 주었다면, 그 사람의 시체가 없는 것을 보면 묻어 준 사람은 살아서 나갔다는 말이야. 그 사람이 살아서 나갔다면 우리도 살아서 이 사막을 나갈 수 있어.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무덤을 만들었다면, 무덤은 사람이 사는 동네 가까이에 만들어. 그러니까 여기에 무덤이 있다는 것은 이 근방 어디에 사람이 사는 동네가 있다는 말이야. 우리가 사막 끝에 도달한 거야. 이제 우리는 살았어.”
그 이야기를 듣고 아들이 말했다.
“맞아요, 아버지! 아버지 말대로 우리는 사막에서 벗어났어요. 아버지, 빨리 가요. 동쪽으로.”
아버지와 아들은 열심히 걸었고, 아버지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을을 만났다. 그들은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아버지의 마음 안에는 희망이 있고, 아들의 마음 안에는 절망뿐이었다. 사막을 여행하는데 아들에게는 물이나 음식이 없고 아버지에게는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버지와 아들이니까 당연히 함께 나누어 먹으며 갈 것이다. 희망도 그렇다. 아버지에게는 희망이 있고 아들에게는 없으면, 아들이 아버지의 마음 안에 있는 희망을 받아서 함께 희망을 가지면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인생길을 걷는 동안 음식이나 물만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희망이나 기쁨이나 사랑을 나누면, 모진 사막 같은 험한 인생길이라도 힘을 얻어 훨씬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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