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中 사드 보복 속, 인천항 여객터미널을 가다
석도發 화동명주8호 입항했지만 230명 중 60명 취소
여행가이드들 “한국행 비자발급 금지땐 최악사태 불보듯”
6일 오전 11시 13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 안. 30분에 입국장을 통해 들어올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기다리는 여행사 가이드들이 중국어로 된 픽업(Pick Up)피켓을 들고 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중국 석도를 출항해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인천항에 입항하는 한중 여객선에 승선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이젠 좀처럼 볼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두 남자 가이드의 표정에서 묻어났다.
“오는 3월 15일부터 중국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 오늘 오전 11시 30분에 입국하는 여행객 1천222명 중 단체 여행객들은 원래 230명이 예정돼 있었으나 출항 직전 60명이 탑승하지 않아 170명으로 감소했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금지조치인 이른바 ‘금한령’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그나마 오늘 입항한 배는 170명이라도 탑승했지만 13일 들어오기로 한 단체관광객 200명은 전원 취소된 상태”라고 푸념했다.
중국 당국이 한국여행을 위한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는 3월 15일이 찾아오기에 앞서 여행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당혹감과 피해는 이날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인천항에 입항한 화동훼리 소속의 ‘화동명주VI’호 관계자는 “중국본사측에서는 15일 이전에 단체 관광객 스케쥴은 취소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잠시 입국수속이 지연되며 시간여유가 나자, 국내여행사 가이드들은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 ‘금한령’이 계속될 경우 국내 여객선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여행업, 숙박업, 면세점, 관광버스 업계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손해를 입게 된다. 지난 2015년 메르스사태로 인해 1개월간 중국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는데, 여행업계가 회복하는데 10개월이 걸렸다. 이번 금한령으로 최소한 6개월은 유커들의 발길이 한국에 닿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
이같은 여행사 가이드의 푸념은 실로 섬뜩할 정도로 와 닿았다. 냉엄한 국제질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또 다른 여성 가이드는 “현재 상황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락 보시면 된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배치를 강행할 경우 최악의 경우 단교까지 생각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이 지나자 입국장 문이 열리며 중국인 관광객이 하나 둘씩 들어왔다. 가이드가 중국에서온 인솔자와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인솔자는 “사드배치는 진정한 국익 차원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새삼 강조해 놀랐다.
중국 진황도를 출항해 오후 2시 20분에 인천항에 입항한 ‘신욱금향호’에서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가이드는 “오늘 제가 담당한 인원은 39명에 불과하다”며 “오늘 받은 39명이 마지막 단체 관광객이다. 3월 3개팀으로 예정돼 있던 단체여행객팀도 일방적으로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운항선사인 진인훼리 측에 확인해 본 결과 376명 정원의 ‘신욱금향호’에 이날 승선한 인원은 223명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올해 인천항 기항 크루즈 총 43항차 중 잔여항차가 40회다. 이 중 월드크루즈 11회, 중국발 크루즈가 29회로 집계됐다. 29항차의 중국발 크루즈에 대한 입항취소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6일 현재 취날, 씨트립 등 중국 주요여행사 온라인사이트에 한국 상품판매가 중지되거나 삭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째주(3월 10일)안에 최종 취소결정 및 통보가 올 것으로 IPA는 내다봤다.
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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